새학기 교과서 어디로?…정부, ‘AI 교과서’ 재의요구권 행사 [세상&]

정부, AI 교과서 교육자료 격하에 거부권 행사
교육부 “환영” vs 민주당 “위법”
2년간 AI 교과서 법적지위 두고 혼란 계속돼
교육부 “갑작스러운 법적지위 변동, 혼란 가져와”
야당 교육위원 “에듀테크 자본 맞춤형 교육 안돼”


정부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육부가 21일 제3차 국무회의에서 상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은 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했다. 교과서로 규정한 경우 AIDT를 모든 학교에 도입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로 유지될 경우 학교에 AIDT 도입을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 10일 정부로 이송됐다.

2년간 AIDT 도입을 준비해 온 교육부는 AIDT 교과서 지위 유지에 힘써왔으나, 도입을 두고 찬반이 갈려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간 ▷교육 격차 해소 ▷사교육비 경감 ▷AIDT 업체와의 법적 분쟁 등을 언급하며 교과서 지위 인정을 강조해 왔다.

이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DT 청문회에서도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책은 계속 추진하다가 갑자기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게 되면 현장의 혼란이 너무 크고 정부로서 수습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료를 통해 AIDT가 교과서로 유지되어야 하는 4가지 이유를 들면서 재의요구의 정당성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그간 학교 교육에서 교과용 도서의 범위를 확대해 왔고, 이번 정부에서도 학생 맞춤 교육과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AIDT 단계적 도입을 추진해 왔다”라며 “AIDT에 대한 국회와 현장의 우려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은 AIDT뿐아니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형태의 교과서도 개발, 활용, 보급할 수 없도록 배제하고 있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육자료는 초·중등교육법상 무상·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므로 시도교육청에서 별도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하지 않는 경우, 학생과 학부모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시도교육청별 재정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 차이로 교육 격차가 커질 수 있고, 이는 헌법상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교육자료가 될 경우에는 다양한 저작물 활용, 질 관리, 가격 상승 우려, 개인정보보호 등 교과서로 이점을 활용할 수 없다”라며 “개정안 부칙 제2조는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DT도 교육자료로 규정하므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교육부는 “AIDT에 대한 현장의 우려 등을 고려해 2026년 이후의 AIDT 도입 일정을 조정한 바 있다”라며 “디지털 과몰입 등 우려에 대해서도 클라우드 보안인증 의무화, 교육 등을 강화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준비한 교육부와 교육청, 민간 등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갑작스러운 법적 지위 변동으로 학교 현장 등에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우려되기에 국회에 다시 한번 논의해 달라고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재의요구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의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여전히 검정 절차, 효과성, 디지털 과몰입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에 교과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전국 17개 교육청 부교육감과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해달라고 하는 등 국회 입법권도 침해했다”라며 “위법 행정은 그 자체로 무효고, 최상목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AIDT 도입은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 아니라 에듀테크자본 맞춤형 교육”이라며 “최 권한대행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을 가로막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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