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하듯’ 순천만 전봇대 뽑혀 나갔다

“흑두루미 전선에 걸릴라” 걱정

6일 순천만 농경지에서 전봇대 뽑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여수MBC 화면]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겨울 철새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를 불러 모아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킨 순천시가 해외 조류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전주(전봇대) 뽑기 행사를 가졌다.

전봇대 뽑기 행사는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들이 전봇대와 전선에 날개가 걸려 상처를 입거나 죽는 사례를 예방코자 시행했는데 순천시는 2009년 전봇대 282개를 철거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철거하고 일부 구간은 지중화 공사를 마쳤다.

순천시는 5일부터 순천시·국제두루미재단·한국조류학회·한국물새네트워크 간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 순천만 흑두루미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6일에는 순천만습지권역 안풍들 일원에서 ‘흑두루미 서식지 확대를 위한 전봇대 철거 행사’가 진행됐다.

한·중·일·러 4개국의 조류 전문가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대거 참여해 ‘생명 순환의 실천’을 함께 기념했다.

이날 진행된 전봇대 철거 행사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순천만 농경지 내 전봇대 282개를 제거해 62ha의 흑두루미 서식지를 조성했던 순천시의 과감한 생태 보전 노력을 재현하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됐다.

순천시는 올해 연말까지 안풍동 일대 전봇대 49개를 추가로 제거하고 50ha 규모의 환경 저해 시설 없는 흑두루미 서식지를 확장할 계획이다.

6일 순천만 농경지에서 흑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한 전봇대 제거식이 열리고 있다. [순천시]


시는 2023년 여수·고흥·보성·서산 등 4개 시·군과 ‘흑두루미 하늘길 보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 8월에는 국내 기초지자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가입해 국제 협력의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를 구축하며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월동지를 연계한 보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노관규 시장은 “우리 순천은 2009년 전봇대를 뽑고 농경지를 생명에게 돌려준 이후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자연이 회복하도록 지켜보는 자연 기반 해법의 삶을 실천해 왔다”면서 “흑두루미가 빚어낸 생명 순환의 이야기와 순천만의 회복력은 이제 전 세계가 함께 논의해야 할 멸종위기종 복원의 공통 언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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