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 선전·경매 회복…미술 시장 반등하나[미술 결산]

글로벌 경기침체·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 불구
프리즈·경매서 최고가·국현 관람객 역대 최대 기록
2030 미술 관심 증가…내년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지난 9월 3~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키아프 서울]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2025년 한국 미술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로 얼어붙은 환경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며 반등 신호를 보였다.

국내 최대 미술 장터(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예상보다 선전했고, 경매 시장은 회복세를 나타냈다. 전시회를 보러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쇄도는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희망을 안겼다.

‘키아프리즈’ 성료…미술 허브 입지 다져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는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이 몰려들며 미술계의 우려를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키아프에는 5일간 약 8만2000명이 방문했고, 4일간 열린 프리즈에는 약 7만명이 다녀갔다.

작품 판매 실적도 양호했다. 프리즈에서 하우저앤드워스가 선보인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 3점이 아시아 컬렉터에게 450만달러(한화 약 63억원)에 판매됐다. 이는 공식적으로 “프리즈 서울 역사상 단일 최고가”라고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밝혔다. 하우저앤드워스는 조지 콘도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도 각각 120만달러(약 17억원), 약 13억원(95만달러)에 팔았다.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Es ist dunkel, es ist’(2019)이 180만유로(약 29억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알렉스 카츠의 ‘Lilies 8’(2025)은 90만달러(약 13억원)에 팔렸다.

화이트 큐브에서 내놓은 ‘Erstens, bitte schn!’(2014)은 중국 컬렉터에게 130만유로(약 21억원)에 팔렸다. 학고재는 김환기의 ‘구름과 달’을 20억원에 판매했다.

주최측과 갤러리들, 컬렉터들은 프리즈·키아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의 ‘큰손’들이 컬렉터로 나서며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경매 시장 반등…국내 최고가 판매

미술계에선 경매 시장의 반등도 주목하고 있다. 경매 금액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도 탄생하며 미술 시장의 회복 신호를 나타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29일 발표한 2025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연말 결산에 따르면, 올해 국내 8개 경매사(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 컨티뉴옥션)가 진행한 온·오프라인 경매의 순수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은 약 14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51억원보다 254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해 경매 출품작은 1만8339점으로, 이 가운데 9797점이 낙찰되며 53.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출품작 수는 전년보다 약 4600점, 낙찰작은 약 1000점 줄었지만 낙찰률은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미술 애호가들의 견고한 수요를 방증했다.

마르크 샤갈 ‘꽃다발’. [서울옥션]

고가 작품도 줄줄이 판매됐다.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이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9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샤갈의 다른 작품인 ‘파리 풍경’도 같은 경매에서 54억원에 팔리며 올해 낙찰가 2위를 기록했다.

이중섭의 ‘소와 아동’은 앞서 9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3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어 김환기의 ‘정원’이 26억원,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그물(SHOOX)’가 19억원에 판매됐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2025년 경매시장의 규모를 키운 결정적 요인은 마르크 샤갈”이라며 “약 167억7790만원(낙찰률 76.92%)으로 연간 낙찰 총액 1위를 기록하며 3년 만에 해외 작가가 다시 1위에 오른 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관람객 역대 최대…대중적 관심 증가

미술관의 역대급 관람객 수는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술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서 향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올해 미술관을 찾은 방문객 수가 337만명(12월20일 현재)을 돌파하면서 개관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수치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2023년과 비교해도 5.3% 늘어난 규모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청주관은 각각 방문객 206만명, 27만명으로 두 관 모두 개관 이래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가장 인기를 끈 전시는 서울관에서 개최된 ‘론 뮤익’전이다. 하루 평균 5671명이 미술관을 찾아 총관람객이 53만3035명에 달했다. 덕수궁관의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는 일평균 1365명의 방문객을 기록했고, 과천관의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는 일평균 732명, 청주관의 ‘수채(水彩): 물을 그리다’는 일평균 326명이 방문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전시장 내 관람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특히 2030세대가 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4개 관의 방문객을 세대별로 보면, 전체 방문객의 63.2%가 2030세대였고, 그중 73%는 여성이었다. 중장년층 또한 29.6%로 지난해보다 4.2%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젊은 층의 미술 관람 문화가 중장년층의 관람도 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5년 미술 시장은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으나 경매 시장의 반등, 최고가 작품 낙찰 등에 힘입어 시장 회복의 긍정적 신호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에 대해선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운영비 증가 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 확대의 가능성이 다소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한국 미술의 위상 변화,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 증가, 미술품 구매자의 다양화 등을 고려할 때 과거 호황기와의 비교, 혹은 단기적 시장 변동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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