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은 명예직 아니다” 단원들 첫 집단성명…최휘영 장관 “내정설 사실무근”

10년 만에 돌아온 국립발레단 ‘봄의 제전’ [국립발레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 자리는 결코 명예나 상징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국립발레단 차기 수장 인선을 둘러싸고 단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6일 공연계에 따르면 이날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에 대한 단원 입장문’을 내고 “국립발레단의 미래를 위해 예술인으로서 요구한다”며 차기 단장 선임 기준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인선 문제와 관련, 집단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4월 강수진 전 단장이 퇴임한 이후 공석이 된 자리에 대선 캠프 출신의 비전문가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공연계에 파다해지면서다. 업계에선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직업 발레단 경력이 전무한 고령의 무용 전공 대학교수’가 차기 단장으로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구체적으로 돌았다.

현재 지방 공연(당진) 일정을 소화 중인 단원들은 무용계 안팎의 기류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단원들은 입장문에서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자리는 결코 명예나 상징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마르그리트를 연기한 국립발레단 조연재와 아르망 역의 변성완 [국립발레단 제공]

이들은 특정 인물에 대한 배척이 아님을 전제하면서도, 새 리더의 자격으로 △ 직업발레단의 훈련 체계와 공연 제작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 △ 치열한 레퍼토리 운영 경험 △ 무용수들의 성장과 경력 관리에 대한 실질적 역량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단원들은 이어 “서류에 사인만 하는 기관장이 아니라 발레단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로서의 전문성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의 명확한 인선 기준 공개를 촉구했다.

업계에선 단원들이 ‘현장 중심적’ 기준을 들고나온 배경엔 지난 12년간 국립발레단을 이끈 강수진 전 단장 체제에서의 학습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전 단장은 2014년 부임 이후 세 차례 연임하며 고용 안정성 확보, 정규직 정원 28.75% 증원 등 직업발레단 시스템을 공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의 생리를 온전히 아는 수장을 경험한 단원들로서는 행정 편의적 낙하산 인사가 도래할 경우 지난 12년간 쌓아 올린 예술적 성취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사태가 확산하자 임명권자인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단원들의 성명 발표 수 시간 만에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 장관은 6일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국립발레단 단장 인선을 놓고 이상한 헛소문이 돌고 있다”며 내정설을 전면 부인했다.

최 장관은 “제가 심사숙고 중인 후보 명단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런 분(대선 캠프 출신 교수)은 단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이어 “아무리 터무니없는 말도 세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사실로 믿게 된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며, 이번 논란을 “백주 대낮에 벌어진 호랑이 해프닝”으로 일축했다. 아울러 단원들을 향해서는 걱정을 거두고 본업인 공연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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