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제 최저임금 놓고 정면충돌…노동계 “800만명 보호” vs 경영계 “개인사업자”

최임위 4차 전원회의서 특고·플랫폼 노동자 적용 논의
노동계 “적용 방식 논의할 때”…경영계 “위원회 권한 밖”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이어갔다. 회의는 재적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8명 등 총 26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충족했다.

사용자위원들은 특수고용 종사자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만큼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법상 도급제 특례 규정을 근거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자영업자 같은 개인사업자”라며 “최임위가 근로자성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없고 적용 대상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 최저임금 기준을 정하는 건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은 특수고용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은 사업자와 근로자의 지위를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누리겠다는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며 “오히려 지금은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도급계약은 업무의 완성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이라며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도급계약을 최저임금으로 다루지 않고 있으며 협상력이 취약한 계약 당사자 보호 역시 최저임금이 아닌 공정계약을 통한 적정 보수 보장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무리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은 플랫폼과 도급 체계에 의존하는 골목상권과 소기업, 소상공인 유통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도급 종사자의 이탈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회의에서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것이 현행법과 제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제 최저임금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성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시애틀의 배달라이더 최저보수제, 영국의 공정단가 제도, 국내 화물차 안전운임제 경험은 도급 노동에 맞는 별도 최저임금 산정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최저임금과 공정 단가 보장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안전 강화, 이직률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진행 중인 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촉구 농성 상황을 소개하며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등은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취소 주문 등으로 인한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자 5명 중 1명이 택배·서비스 분야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낮은 수수료와 과도한 경쟁 구조가 산업재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장 직무대행은 “이 사안이 다양한 쟁점과 현장 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오늘 회의는 지난 논의에서 제기된 이슈들을 보다 깊이 있게 논의하고 서로의 의견과 우려를 충분히 경청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