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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열대야가 이어지는 밤,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려 에어컨을 끄고 자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더운 침실에서 잠들면 심박수가 높아지고 심장 자율신경의 회복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제학술지 ‘BMC 메디슨’에 실린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2024년 12월 1일부터 2025년 3월 17일까지 호주 퀸즐랜드 남동부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성인 4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연령 중앙값은 72세였다.
참가자들은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채 생활했다. 연구진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 수면으로 판단된 시간의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를 측정했고, 침실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온도를 10분 간격으로 기록했다. 분석에 활용된 야간 데이터는 총 1만4179시간이었으며 조사 기간 침실 온도의 중앙값은 25.9℃였다.
연구팀은 침실 온도를 24℃ 미만, 24~26℃, 26~28℃, 28~32℃ 구간으로 나눠 심장 자율신경 반응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침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심박변이도 지표인 lnRMSSD가 연구진이 정한 기준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24℃ 미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오즈비는 24~26℃에서 1.4배, 26~28℃에서 2.0배였으며 28~32℃에서는 2.9배까지 높아졌다. 침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야간 심박수 역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심박변이도가 개인의 평소 수준보다 1.5표준편차 이상 감소하거나 심박수가 분당 5회 이상 변한 경우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정의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2.9배’는 심장 기능이 2.9배 나빠졌거나 심근경색 위험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이 설정한 기준 이하로 심박변이도 지표인 lnRMSSD가 크게 떨어질 ‘오즈’가 2.9배 높았다는 뜻이며, 실제 발생 확률이 동일하게 증가했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심박변이도는 심장이 뛸 때마다 박동 사이에 생기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RMSSD는 심장을 안정시키는 부교감신경이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밤사이 몸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했고 회복 기능도 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운 환경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로 보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야 한다. 질병관리청도 폭염 환경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심박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땀으로 인한 탈수까지 겹치면 혈액이 농축돼 심혈관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는 이런 변화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된다. 연구 대상은 65세 이상 고령자 47명으로 제한됐고,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인 호주 퀸즐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른 연령층이나 기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측정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의 알고리즘으로 수면 여부와 심박변이도를 추정했으며, 참가자들이 선풍기나 자연환기를 얼마나 활용했는지는 조사하지 못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사망 위험이 실제로 증가했는지를 추적한 연구도 아니다. 연구팀은 밤 시간대를 선택한 이유가 수면의 질 자체보다 낮 시간 활동 영향을 줄이고 침실 온도와 자율신경 반응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능하다면 고령자의 야간 침실 온도를 24℃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제시한 권고일 뿐 국내외 보건당국이 정한 공식 취침 온도는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 차를 약 5℃ 수준으로 유지하고, 건강을 위한 실내 냉방온도를 26~28℃로 권고하고 있다.
두 기준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 행정안전부의 26~28℃는 일반 가정에서 폭염과 냉방병을 함께 고려한 생활수칙인 반면, 이번 연구의 24℃는 고령자의 침실 온도와 심장 자율신경 반응을 관찰해 제시한 연구 기준이다. 따라서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거나 어느 한쪽이 더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숫자 하나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폭염 속에서는 몸 상태에 맞게 냉방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에어컨이 없다면 낮 동안 햇빛 유입을 최대한 줄이고, 밤에는 맞바람이 통하도록 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냉방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실내외 온도 차를 지나치게 벌리지 말고 적절한 환기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밤사이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가슴 압박감, 호흡곤란, 식은땀,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더위로 넘기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는 열대야가 며칠째 이어질 경우 수면 부족과 심혈관 부담이 누적될 수 있는 만큼, 무리하게 더위를 참기보다 적절한 냉방과 충분한 수분 섭취로 몸의 회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