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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추모 기도를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수개월간에 걸친 군사 공세에도 이란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군부와 정보기관 출신 강경파가 권력 핵심을 장악하며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이번 전쟁 이후 이란이 미국과 협상 가능한 실용주의 체제로 재편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안보 당국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진행 중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새로운 강경파 권력 체제의 출범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새 권력의 중심에는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있다. 그는 부친이 사망한 공습 당시 부상을 입은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를 보좌하는 새로운 권력 엘리트들은 이전 세대보다 젊고 국가 권력기관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켜보며 미국의 전략적 약점을 연구했으먀, 외교와 온라인 여론전 등 소프트파워 활용에도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담당 연구책임자 라즈 짐트는 “이란 경제와 산업, 일부 전략 능력은 약화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는 이전보다 더 대담하고 자신감 있는 새로운 이란을 마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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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 둘째 날 추모 기도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AFP] |
실제 권력 핵심에는 군과 정보기관 출신 강경파가 대거 포진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이며, IRGC 총사령관에 오른 아흐마드 바히디는 2022년 여성 인권 시위 유혈 진압을 주도한 대표적 강경 인사다.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을 맡은 모흐센 레자이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이다.
반면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민간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말살하겠다”고 위협한 것이 오히려 강경파에 ‘체제 생존’ 명분을 제공하면서 온건 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란 지도부의 최대 과제는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서 정상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입증하는 것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 노먼 룰은 “최고지도자가 부친 장례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건강 이상이나 권력 약화를 의심하는 시각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이란 외교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모즈타바가 의도적으로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은신 중에도 핵심 전략과 대미 협상에 대한 최종 결정을 직접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새 지도부는 미국의 중동 동맹국을 겨냥한 보복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활용해 경제적 압박 효과를 극대화했고, 이를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휴전 이후에도 이란은 필요하면 군사력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일부 경제적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승리 서사를 구축하며 체제 결속을 강화했다.
유럽의 한 고위 관리는 WP에 “이란 지도부는 살아남았다는 자신감이 매우 강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고, 이제는 협상 조건을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