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로봇’, 사람대신 건설현장 위험작업 해결사 나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양팔 로봇 암스트롱은 고하중의 물건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토종 원자력 로봇이 사람 대신 건설현장 고위험 작업에 투입될 준비를 마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로봇응용연구실 박종원 박사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고하중 양팔 로봇 ‘암스트롱’ 관련 기술을 (주)아이티원에 이전했다고 15일 밝혔다. 정액기술료 2억 원에 매출액 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이다.

(주)아이티원은 사물인터넷 기기 등을 활용해 건설현장 내 데이터를 수집하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진단하는 스마트건설 안전진단 솔루션 기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면서, 고위험 작업이 빈번한 건설 현장에서는 로봇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고중량물 취급이 잦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건설 현장 작업은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기존에도 건설 업체에서 순찰 로봇 등을 한정적으로 활용한 적이 있으나, 고중량물을 들고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5년부터 사고 대응 및 복구 작업을 위한 다양한 방재 로봇 개발에 힘써왔다.

양팔 로봇 암스트롱이 파이프를 절단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 중 ‘암스트롱’이 건설, 발전, 제철 등 위험도가 높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업체와 기술 이전을 협의해왔고, 특허 등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이전한 기술은 로봇의 팔 역할을 하는 매니퓰레이터, 제어 시스템, 원격제어 기술 등이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개발한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 일종의 스핀오프(spin-off)로 원자력 로봇 기술이 민간 건설 분야에 적용될 최초 사례다.

사고 대응 로봇인 암스트롱은 사람과 유사한 구조로 개발돼 좌우에 장착된 로봇팔로 200kg 하중의 물건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전차 바퀴처럼 생긴 무한궤도 형태로 험지 이동도 가능하다. 무거운 콘크리트나 폐기물 드럼을 취급하고, 소화수 분사, 잔해물 처리, 밸브 조작이 필요한 사고 현장에서 특히 유용하다.

또한 전용 제어장치로 복잡한 동작을 멀리서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사람 팔 모양의 마스터 디바이스를 움직이면 암스트롱의 팔도 함께 똑같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주한규(오른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과 김영평 (주)아이티원 대표이사가 기술이전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산업 현장에서는 고중량 파이프 및 볼트 조립, 드릴링 작업부터 전기 커넥터 연결과 같은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고위험 작업이 빈번한 건설 현장에서 큰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이번 기술 이전은 원자력 안전을 위해 개발한 로봇 기술이 민간 건설 분야에 적용될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첨단 원자력 기술을 타 산업 분야로 확산해 우리나라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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