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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스님이 2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승소 잣국수’를 소개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번에 그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해 봤어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 2’에 선재스님이 등장하자 참가자들도, 시청자들도 놀랐다. 온갖 식재료를 동원해 치열한 요리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에서 채식을 위주의 사찰음식 대가인 선재스님은 시작부터 불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를 뒤로 하고 스님은 제한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들을 선보여 호평을 자아냈다.
더욱 감탄스러운 부분은 마음 씀씀이였다. 다른 참가자들이 경쟁에서 이기는 데에만 치중할 때, 선재스님은 상대방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대신 경쟁자가 승리하기를 빌어 주기까지 했다. 이는 스님이 단지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행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그의 음식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찰음식’ 하면 일반적으로 고기를 배제한 채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이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 아니라, 요리의 과정 측면에서 일반적인 채식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생명을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마음, 먹는 이를 부처님처럼 공경하는 마음이 들어갈 때 사찰음식은 채식을 넘어 수행이 됩니다.”
음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재료보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절집에서는 ‘청정·유연·여법’이라는 삼덕을 말하는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재료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법도에 맞게 조리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서야 같은 재료로도 음식의 결이 달라져요.”
사찰음식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선재스님은 자신이 요리사이기 이전에 ‘수행자’이며, 요리도 ‘수행’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는 “욕심을 덜어내는 지점에서 수행이 시작된다”면서 “무엇을 더 넣고 더 화려하게 만들 것인가 보다, 이 재료의 본래 맛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묻는 순간 마음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대로 만든 사찰음식은 요리하는 사람이 자신을 다스리며 만든 음식이다 보니 먹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게 선재스님의 설명이다.
선재스님은 과거 간경화로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으나 음식을 통해 스스로 병을 다스린 적이 있다. 그 경험은 그의 현재 요리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저는 ‘음식이 지식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절실히 배웠습니다. 경전과 이론으로만 알던 것을 제 몸으로 겪으면서 음식이 정말 생명을 살릴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지금도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요리 기술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말씀드리게 됩니다.”
음식은 매일 반복해서 몸에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약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몸에 맞는 음식은 천천히 기운을 회복시키고, 맞지 않는 음식은 조금씩 균형을 무너뜨린다”며 “‘무조건 좋은 음식’보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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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스님이 2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
수십 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알려 온 선재스님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자신이 한 말에 음식하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를 꼽았다. 그는 “‘예쁘고 맛있게’만 생각하다가 ‘먹는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할 때, 그 한 사람의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며 “그 연결이 가장 큰 회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사찰음식이 종교를 넘어 일반 대중과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데 대해선 “풍요로운 시대일수록 오히려 덜어내는 지혜를 찾게 된다”며 “많은 사람이 자극적인 맛과 속도에서 피로를 느끼고 있고, 그 대안으로 사찰음식의 ‘비움’과 ‘조화’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발효와 절기, 장 문화까지 함께 보게 된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흑백요리사’ 출연이라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한 것도 사찰음식의 의미를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경쟁의 장이었지만, 저는 그곳도 수행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작진에게도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공양과 상생의 의미’라고 말씀드렸고, 그 이야기가 전달되면 일찍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결과보다도, 현장에서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많은 사람을 보며 다시 배운 점입니다.”
음식이 넘쳐나고 ‘먹방’과 ‘맛집’이 유행하는 시대, 이러한 ‘과잉’의 식문화 속에서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에 대해 선재스님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음식의 출처와 과정에 대한 감각을 잃기 쉬운 시대다. 얼마나 자극적인지, 얼마나 화제가 되는지를 먼저 보게 되면 결국 내 몸의 소리와 계절의 리듬을 놓치게 된다”며 “‘많이 먹는 문화’보다 ‘잘 먹는 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분노와 갈등이 만연한데,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선재스님은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 과한 당분과 속도 중심의 식사는 몸을 흔들고, 몸이 흔들리면 마음도 쉽게 거칠어질 수 있다”며 “반대로 자연스러운 단맛, 제철의 맛, 규칙적인 식사의 리듬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현대인들이 버려야 할 식습관으로는 첫째 ‘급하게 먹는 습관’, 둘째 ‘몸 상태를 보지 않고 유행만 따라 먹는 습관’, 셋째 ‘자극을 계속 높여가는 습관’ 등을 짚었다. 음식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축적이기 때문에, 작은 습관 하나가 결국 몸과 마음의 방향을 바꾼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음식은 곧 나 자신”이라고 강조하는 선재스님은 “내가 먹는 음식은 단지 내 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속도로 살고 어떤 관계를 맺는 사람인지까지 보여준다”며 “‘무엇을 소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밥상은 ‘가장 일상적인 수행의 자리’라고 말한다. 이같은 선재스님의 가르침은 현대인들이 무심코 섭취했던 음식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한 끼를 대할 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만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하늘과 땅, 농부의 땀, 수많은 생명의 도움으로 내 앞에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음식은 함부로 대할 수 없어요. 그 마음이 쌓이면 나도 살고, 이웃도 살고, 자연도 함께 사는 길로 가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