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를 상대로 복직 투쟁을 벌이던 동준(김강우 분)은 이렇게 묻는다. 언뜻 이 질문은 ‘카트’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비정규직 마트 직원들의 이야기가 상업영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첫 상업영화다. ‘카트’의 일원이 되는 것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고민이 따를 수 있는 일이었다. 감독과 제작사 입장에선 묵직한 소재 탓에 흥행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배우 입장에서도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거나, 그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었다.
그럼에도 ‘카트’는 영화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지영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주연 배우 염정아, 문정희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들에게 ‘카트’는 생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였다. 이는 마트 정규직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호소하던 선희(염정아 분)의 외침과도 맞닿아 있다.
“그저 우리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거예요.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시나리오 마다할 이유 없었죠”(부지영 감독)=“‘카트’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연출을) 결정했어요. 장편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소재가 낯선 면이 있었지만 상업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메가폰을 덥썩 잡았는데 ‘촬영하면서 책임감이 점점 커졌다’고 부 감독은 털어놨다. 실제로 부당 해고에 맞서 투쟁했던 이들이 영화를 봤을 때 실망스럽지 않아야 했다. 또 상업영화인 만큼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도, 재미와 감동이 줄 수 있어야 했다.
부 감독은 한 가지 생각만 하기로 했다. 일터에서 묵묵히 일할 때도,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울 때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을 스크린에 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투명인간’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 (심재명 명필름 대표)=“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불안한 고용 형태, 부당한 처우, 나아가 비인간적인 삶에 다름 아니죠.”
심재명 대표는 2009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겠다고 생각했다.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 대표는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편적인 정서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타 및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고 상당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사회적 차별과 저임금 등 더욱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있다. 심 대표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대형 마트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는 동시에, 평범했던 그들이 손 잡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매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드라마”(배우 염정아)=‘카트’에서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을 잠시 잊을 만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미가 내려앉은 피로한 얼굴로 잔업을 묵묵히 해내고, 낡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면바지 차림으로 사춘기 아들(도경수 분)을 찾으러 다닌다. 거울을 내려놓게 만든 작품이지만 그는 “역할을 맡겨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멀리서 벌어지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매일같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또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응원해줄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뻐요.”
염정아는 ‘카트’를 극장에서 즐기는 것을 넘어, 배우와 스태프, 관객들이 함께 영화를 통해 소통하길 꿈꾼다.

▶“영화의 힘 믿기 때문에 선택했죠”(배우 문정희)=“상암동에 살았기 때문에 이랜드 사건(2007년 이랜드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을 잘 알고 있었고,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문정희는 지난달 22일 있었던 기자 간담회에서도,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카트’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카트’라는 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저는 영화가 가지는 힘을 믿어요. ‘카트’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당당한 노동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고발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인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것을 주변과 나누려는 영화예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에 귀 기울여 보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