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예산 줄여서라도 자존심 지킬 것”…성년 맞은 부산영화제

의미있는 20회 행사 앞두고 국고지원 7억 삭감에도 의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스무살 성년을 앞둔 부산 국제영화제(BIFF)가 외압 논란, 예산 삭감 등 성장통을 딛고 푸짐한 잔칫상을 준비 중이다. 개최 기자회견을 통해 엿본 영화제 프로그램과 게스트는 그 어느해보다 풍성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이용관·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경향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개·폐막작 상영작 및 초청 게스트, 주요 행사 등 세부 계획들이 최초로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는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 예산을 예년 14억6000만 원에서 6억6000만 원이 삭감된 8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부산영화제 측은 “지원금이 반토막 나는 데에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영화제에 대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가벼워진 주머니로 영화제를 치르게 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를 통해서는 국고가 절반으로 삭감된 상태에서 복구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 많은 분들이 애써줬지만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는 공식 표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예산은 영화제 측이 스폰서 유치에 매진하고, 부산시가 기업들에 협찬 요청을 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면서 메우고 있다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영화계에서도 십시일반 많이 도와주셨다. (예산이)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중장기 발전을 위해 짜놓은 사업을 축소 시행하는 식으로 해서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산을 줄여서라도 자존심은 지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를 지켜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여느 해와 달랐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분기점이 될 ‘20주년’이라는 의미가 그랬고, 정치적 외압 논란 및 예산 삭감 등의 외풍 속에서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을 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이날 소개된 올해 영화제의 경향과 프로그램 등에선 영화제 측이 향후 20년의 전망을 밝히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우선 올해 영화제에는 국내외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포진됐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전통적인 영화 강국 외에 서아시아, 중동 등 다소 생소한 지역에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상당수 발굴했고, 한국영화 초청작 가운데 장편영화 12편 역시 신인감독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조재현, 문소리, 윤은혜 등 배우 출신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도 소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애정을 품고 있는 특별전도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아시아영화 전문가들이 엄선한 상영작으로 채워진 ‘아시아 영화 100선’, 1960년대 숨은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한국영화 회고전’, 의미있는 프랑스 고전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내가 사랑한 프랑스영화’ 특별전 등이 영화제 관객들의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허우 샤오시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지아장커, 에릭 쿠, 가와세 나오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 감독들이 대거 올해 영화제를 찾는다. 틸다 스윈튼, 탕웨이, 유역비, 장첸, 아사노 타다노부, 나가사와 마사미 등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해외 배우들도 부산행을 결정했다. 이들과 더불어 레드카펫을 빛낼 국내 배우들도 섭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간 열린다. 75개 국에서 출품된 304편이 상영되며, 월드 프리미어 및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작품만 121편에 달한다. 개막작에는 인도 감독인 모제즈 싱의 ‘주바안’, 폐막작에는 중국감독 래리 양의 ‘산이 울다’가 선정됐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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