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먹지마, 그러면 더 건강해져”…교사가 애들을 가스라이팅 하니…

[판씨네마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제 몸에 음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 엘리트 학교에 노백이 영양 교사로 부임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노백의 수업을 듣는 7명의 학생들이 음식을 적게 먹기 시작한 것. 급식의 일부만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눠 천천히 먹는다.

알고 보니 이는 노백이 강조하는 ‘의식적 식사법’의 일부. 노백은 대부분의 음식이 해로우며, 신체의 자기 정화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음식을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밥을 먹지 않아도 몸은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질병을 치료해 수명을 10~20년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의식적 식사법’ 1단계인 음식 소량 섭취를 곧잘 실천하자 노백은 의식적 식사법의 2단계로 인도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것. 이마저도 주로 채식이어야 한다. 7명 중 2명은 이러한 식사법이 말도 안된다며 이탈하지만 나머지는 “믿음의 문제”라며 노백의 가르침을 맹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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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르침은 더욱 심해지면서 노백은 학생들에게 금식할 것을 권한다. 노백은 사회의 영양학적 설명은 상업적인 것에 불과하며, 음식을 먹지 않아야 상업적인 사회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백은 “(그래야만) 세상이 몰락할 때 살아남는 소수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학생들은 음식을 먹지 않자 몸이 오히려 가뿐해졌다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론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당뇨를 앓던 프레드는 인슐린과 음식을 거부하면서 병원에 입원하고, 엘사는 먹은 것을 토하고선 토사물을 다시 먹기까지 한다. 학생과 부모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 ‘클럽 제로’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특별한 식사법을 교육하는 영양교사 미스 노백과 그를 맹신하는 엘리트 학교 학생들의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다. ‘유럽의 웨스 앤더슨’이라고 불리는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제76회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경쟁작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 등과 경합을 벌였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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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릇된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교사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변질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노백의 가스라이팅은 단순히 특정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취약점이나 내면의 결핍을 집중 공략하는 전문적인 가스라이팅 기술을 보여준다. 이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가족들에게도 파국을 가져다준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폭력과 같은 극단적인 장치 없이 섬뜩하게 표현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대사와 특이한 배경 음악만으로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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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섬뜩함을 배로 만드는 것은 노백으로 분한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연기다. 바시코브스카는 차가운 무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사이비 교주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그는 앞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 ‘크림슨 피크’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처럼 독특한 미적 감각이 엿보인다. 학교의 배경 색깔부터 학생들과 교복과 미스 노백의 의상까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탁월한 디자인과 뛰어난 색채감이 눈에 띈다.

24일 개봉.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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