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지연·품질저하·도복피해 확산
콩·배추 등도 가격 잇따라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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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같은’ 가을비로 올해 햅쌀 수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 강화군의 한 논에 벼가 비바람에 쓰러져 있다. 인천=박연수 기자 |
때아닌 ‘가을 장마’로 올해 햅쌀 수확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을비로 인한 햅쌀 수확 지연이 가뜩이나 들썩이는 쌀값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3일 기준 20㎏ 쌀 가격은 6만6972원으로, 전년 대비 25.80% 상승했다. 전월보다는 7.20% 비싸졌다. 햅쌀은 6만7676원으로, 전년 대비 23.93% 올랐다.
정부는 10월부터 햅쌀이 본격 출하하면 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을비가 악재로 작용했다. 습한 농지에서 벼 수확이 어렵기 때문이다. 논이 질어 수확 장비가 진입하기 어렵고, 습한 벼를 기계로 탈곡하는 과정에서 벼가 갈리는 등 품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바람에 벼가 쓰러지는 도복까지 발생했다. 수확 시기를 놓칠 경우, 벼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로 인한 손실도 우려된다.
엄지범 순천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가을바람으로 쌀을 말려 추수해야 하는 시기, 비에 젖은 벼는 수확이 어렵다”며 “특히 도복은 쌀알 품질 저하로 이어져 밥맛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긴 추석 연휴에 이어 이번 주말까지 비가 예보됐다는 점이다. 1~11일 전국 평균 강수량은 76.7㎜로, 평년 10월의 한 달 치 강수량인 63㎜를 넘어섰다.
길어지는 비 소식에 북부 지역에선 추수 작업을 멈췄다. 일반적으로 북부 지역은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 추수를 마친다. 강원 농협 관계자는 “대부분 추수 작업을 마쳤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남은 벼를 수확하지 못해 수발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 중순 벼를 수확하는 남부지역 농민들의 근심은 더 깊다. 수확이 일부 이뤄진 북부 지역과 달리 추수 시작 자체가 미뤄지면서다. 전북 김제시 농협 관계자는 “전라도 지역 추수 시기가 미뤄지는 가운데 비 예보가 이어지면서 추수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 도열병, 흰 잎 마름병, 깨씨무늬병 등으로 벼 품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 겹친 악재”라고 설명했다.
깨씨무늬병은 벼 잎이나 줄기, 이삭에 깨씨 모양의 갈색 반점이 생기는 곰팡이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벼 깨씨무늬병은 전국에서 연평균 1만6000㏊ 발생했으나, 올해는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전남 13만3000㏊, 충남 7000㏊, 경북 4만7000㏊, 전북 1만2000㏊ 등 전국 29만7000㏊에서 확인됐다.
가을 수확 작물인 콩도 사정이 비슷하다. 아직 가격이 뛰진 않았지만, 콩은 습기에 약한 특성을 지녀 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제 농협 관계자는 “1200평당 평균 1200㎏ 수확했다면 올해는 80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콩 가격은 500g당 5248원으로 전년 대비 1.59%, 전월 대비 4.88%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도 변수다. 잦은 비로 무름병이 확산하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 선임연구원은 “무름병은 농약으로 예방해야 하는데 비가 계속 오면 약효가 떨어져 방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최근 2025년산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10만톤 추가 격리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쌀 최종생산량과 소비량 등을 감안해 수급을 재전망하고 상황에 맞는 수급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연수·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