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이 1000억원대 M&A? 라포랩스, SK스토아 노리는 이유 [비즈360]

오는 26일 본계약 체결 가능성…매각가 약 1100억
매출 규모도 차이…라포랩스 571억 SK스토아 3023억
‘제2의 정육각’ 시선도…방미통위 손에 달린 M&A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센터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라포랩스가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1위 업체 ‘SK스토아’ 인수자로 나선 가운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자 기업이 1000억원을 넘는 매각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 ‘제2의 정육각’이 될 수 있다는 시선까지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라포랩스는 SK스토아 M&A(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오는 26일 SK텔레콤 이사회 이후 본계약 가능성이 크다. SK스토아의 매각가는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포랩스는 패션 플랫폼 ‘퀸잇’과 신선식품 플랫폼 ‘팔도감’ 등을 운영하는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이다. 4050 여성 소비자층을 위주로 한 플랫폼 사업이 핵심이다. 라포랩스는 T커머스 특성상 중장년층 여성 고객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SK스토아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데이터홈쇼핑으로 진출해 본격적으로 4050 여성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SK스토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라포랩스의 매출 규모가 발단이었다. 당장 매각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난항이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13억원, 단기금융 상품은 340억원이다.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650억원인 셈이다. 다만 라포랩스는 400억원 규모의 VC 투자 확약을 추가로 확보했고, 9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인수할 경우 SK스토아의 재무구조까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571억원이다. 413억원을 기록한 2023년보다 38% 이상 증가했고, 2022년(185억원) 매출 대비 세 배가량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74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은 75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패션·식품 유통 특성상 물류비용 부담으로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스토아의 지난해 매출은 3023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제2의 정육각’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육각은 2022년 대상홀딩스로부터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정육각의 연 매출은 400억원대였다. 매출이 2000억원대인 초록마을을 품기엔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인수한 뒤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SK스토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산하 SK스토아 지부는 단계적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돌입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 센터 중앙광장에서 매각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했다.

업계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키’를 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SK스토아는 데이터홈쇼핑 사업자로 방미통위로부터 사업권을 부여받아, 대주주 변경 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사업자로서 공공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므로 인수 주체의 재무 여력, 경영 안전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오는 26일 본계약이 체결될 경우 라포랩스는 30일 이내 방미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방미통위는 이를 60일 내 검토 후 승인할지 결정한다. 내년 2~3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스토아는 내년 4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재승인 심사에는 경영 상황과 재정 안정성, 중소기업 상생과 공정거래 관행 등 또한 기준으로 들어간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인수한 이후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금을 유치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운영 가능성’인데 현시점에서는 SK스토아의 영업이익으로 라포랩스의 적자를 막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수 이후 SK스토아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린다면 데이터홈쇼핑의 안전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고용 안전성을 보장하겠다고 라포랩스는 주장하지만, 현실화할지는 의문”이라며 “방미통위가 꼼꼼하게 검토한 뒤 이번 인수 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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