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월세선호에 ‘매물 잠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년새 25%↓
수도권 빌라 월세 가격↑ ‘풍선효과’
보유세 강화 전망에 추가상승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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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매물 잠김이 심화되면서 전세난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내 아파트 일대 모습 . [헤럴드 DB] |
#. “얼마 전에 신혼부부가 전세를 찾으러 왔는데, 매물이 없어서 되돌아갔어요. 새로 들어온 매물이 있어서 집주인한테 연락했더니 보증금을 1억원 이상 올리더라고요. 결국 신혼부부는 당분간은 월세로 버티고, 나중에 특별공급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강서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서울 임대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갭투자(세 끼고 매매)가 차단되면서 매매 거래 후 나오는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이사 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늘릴 것이라 언급했는데, 보유세가 오르면 전셋값이나 월세로 ‘세금 전가’가 일어난다. 학군 이동 수요와 신혼부부 이사 수요가 겹치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주거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6일 기준 2만2201건으로 전년 동기(2만9595건) 대비 약 25%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봐도 정비사업으로 신규입주 물량이 늘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하고 서울 전역에서 매물 축소세가 뚜렷하다. 성북구는 1년 전 1077건에서 157건으로 매물이 83.7%가 급감했으며 관악구(795건→229건), 광진구(938건→317건), 강동구(3420→1175건), 은평구(711건→263건)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전세 매물 감소는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 계약 비중은 37.9%로 집계됐다. 갱신계약 비중이 29.8%였던 2024년에 비해 8.1%포인트(p)가 뛰었다. 마포구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그나마 나올만한 물건도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신규 전셋값은 몸값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지난달 6억6598만원으로, 2022년 9월(6억7344만원) 이후 가장 높다. 2022년 하반기는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첫 만료 기간이라,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해다.
전세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당장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1153호, 하반기 1만7732호에 그친다. 2025년 상반기 2만5265호, 하반기 1만8982호보다 크게 줄었다.
정부가 예고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강화도 전세 가격 상승을 일으킬 요소다. 주택을 보유하고 파는데 세금을 무겁게 매기면 집주인으로선 늘어난 세금을 임대수익으로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공급감소로 ‘순수전세’가 빠르게 줄고 있는 상황은 이같은 구조를 더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제 개편은 매물 잠김을 부추겨 2차적으로 실수요자나 임차인들에게 피해를 전가할 수 있다”며 “전세난에 몰린 서민들이 월세로 밀려나고, 월세수요 증가에 따른 주거비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아파트 매물이 부족하고 가격도 오르자 수도권 빌라 월세 가격도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수도권 빌라 월세 가격 지수가 101.51로 집계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월 대비 상승폭도 0.28p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반적인 매물 감소와 기존 세입자들의 갱신 계약 확대가 맞물리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은 주거 눈높이를 낮추거나 주거 유형, 거래 형태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난이 장기화될 경우 대출 규제로 억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향후 정책 변화 시 한꺼번에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