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경쟁 빡센데”…中 공시판 흔드는 ‘가짜 응시자’[차이나픽]

중국의 공무원 시험생 [SCMP 캡처]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에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가짜 응시자’를 대거 등록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직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개인 정보를 불법 구매해 수백 건의 허위 응시 등록을 한 일당을 적발하고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한 공무원 시험 지원자가 자신이 응시하지도 않은 시험에 본인 명의가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지원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공무원 시험 학원 교사와 외부 인물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허위 등록을 진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온라인 상점 운영자로부터 5000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사들인 뒤 2년 동안 700건 이상을 허위로 등록했다. 특정 직위의 지원자 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경쟁률을 높게 보이도록 만들어, 잠재적 경쟁자들이 지원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가짜 등록을 통해 이득을 본 쪽은 해당 학원 수강생들이었다. 인위적으로 경쟁이 과열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다른 지원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개인정보를 판매한 인물과 이를 활용해 허위 등록을 진행한 인물은 모두 ‘공민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각각 징역형과 집행유예, 벌금이 선고됐다. 학원 교사에 대한 처분은 별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겉으로는 공정한 절차로 운영되는 국가시험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과, 공무원직을 둘러싼 경쟁이 얼마나 과열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 공무원직은 안정적인 고용과 주택 보조금, 의료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어 ‘철밥통’으로 불린다. 최근 경기 둔화와 민간 부문 취업난이 겹치면서 지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 중앙 부처급 공무원 시험 필기시험에는 280만 명 이상이 응시했고, 평균 경쟁률은 약 74대 1에 달했다. 일부 인기 직위는 경쟁률이 6000대 1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과열 양상 속에서 국가 매체들도 잇따라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신원 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고 표준화해야 한다”며 허위 등록을 차단할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 역시 공무원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정부의 신뢰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둔화와 인구 고령화 대응을 위해 최근 공무원 시험 요건이 완화된 점도 경쟁 심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직위의 최대 지원 연령이 상향되고, 만성 질환자에 대한 제한도 완화되면서 응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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