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공사비지수 역대 최고, 수익성 우려
“배럴당 100弗넘어 장기화땐 공급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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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 전역의 갈등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원가 관리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원유 운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시 국제유가 상승은 물론 물류비·원자재값이 오를 수 있어서다. 이미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정학적 변수까지 더해지면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는 물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가 상승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가스가 아시아·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공급망 불안과 고유가로 아스팔트, 시멘트, 철강 등 주요 건설자재의 생산·운송 원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을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세계 일일 원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이 전날(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고 통과하려는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엄포하면서 국제 유가(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75.33달러로 12% 급등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UAE,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국가들이 군사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전면적인 지역 전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 상승 국면이 장기화되면 건설업계는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제 과정상 유가 가격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아스팔트, 시멘트 등의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60% 상승할 경우 건축물 생산비용은 1.5%, 일반 토목시설 생산비용은 3%까지 증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급망 경색이 나타났던 시기인 2021~2022년 조달청 시설자재가격 상승률을 보면 2021년 상반기는 4.03%, 하반기는 7.12%였다. 2022년에도 상반기 4.35%, 하반기 10.27%로 상승 폭이 컸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전쟁으로 인해 교역이 감소하면서 원자재값이 올라갈 수 있다”면서 “통상 고유가 상황이면 오히려 중동 발주가 늘고 해외건설이 수혜를 입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전쟁으로 인해 오르는 것은 원자재값이 오르는 영향만 있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이전부터 공사비가 꾸준히 상승해왔던 상황에 건설사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국내 건설업계 여파가 컸는데 중동 갈등이 길어지면 이와 마찬가지로 공사원가가 오를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해당 지수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공사비가 오를 경우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물론 사업지 곳곳에서 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공사비를 둘러싸고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충돌과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건설사들이 계획 중인 주택 공급 일정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에델루이’(구마을 제3지구)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분담금 증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표로 관리처분변경안 안건이 부결되며 17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도 했다.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또한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이어지며 입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또한 “석유가 최종 결과물이 아닌 원자재이기 때문에 그걸 가공해서 쓰는 중간재에 영향을 준다”며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가격으로 오르고,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국내 건설 공사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혜원·윤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