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지친 미국 소비자, ‘할인매장’으로 몰린다

‘로스’ ‘TJ맥스’ 등 오프라인 할인 매장, 경기 침체 우려 속 공격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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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할인매장 TJ맥스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heraldk.com]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의 파고가 지속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백화점 대신 초저가 할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로스 드레스 포 레스(Ross Dress for Less, 이하 로스)’를 비롯한 주요 할인 유통업체들이 오히려 매장을 대폭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 “단돈 1달러라도 아끼자”… 할인점의 역설적 호황

2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대형 할인 체인 ‘로스’는 올해 미국 전역에 수십 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마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소비 패턴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플레이션의 역설’이라 부른다. 일반적인 소매업체들이 소비 위축으로 고전하는 것과 달리, 이월 상품이나 재고를 헐값에 들여와 파는 ‘오프 프라이스(Off-price)’ 매장들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백화점 지고 ‘창고형 매장’ 뜨고… 유통가 지각변동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식료품부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에서 ‘브랜드’보다는 ‘가격표’를 우선시하고 있다. 특히 임대료와 보험료 등 고정 지출이 늘어난 일반 가정에서는 의류나 잡화 같은 선택적 소비 지출을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로스뿐만 아니라 TJ맥스(TJ Maxx), 마샬(Marshalls) 등 경쟁 업체들도 매장 리뉴얼과 공급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할인점이 저소득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전 계층으로 고객군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물가 안정 전까지 ‘저가 선호’ 현상 지속될 것”

경제 분석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Fed)의 금리 정책과 상관없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압박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주거비 부담이 큰 지역에서는 소비 여력이 거의 바닥인 상황이어서 로스와 같은 할인 매장의 확장은 소비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유통 공룡들만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살아남아 시장 점유율을 독식하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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