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실증 넘어 ‘도시 단위 서비스’ 전환
데이터·안전인증·AI 규제 3대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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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주 서귀포시 신화월드에서 열린 법무법인 세종 주최 ‘모빌리티 산업 자율주행·AI 신규 트렌드와 규제 방향’ 세미나에서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AI센터장(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와 업계가 광주를 중심으로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자율주행 산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간 소규모 실증에 머물던 국내 자율주행이 대규모 서비스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진입한 만큼, 지금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골든타임’이라는 진단이다.
25일 제주 서귀포시 신화월드에서 열린 법무법인 세종 주최 ‘모빌리티 산업 자율주행·인공지능(AI) 신규 트렌드와 규제 방향’ 세미나에서는 광주 실증도시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자율주행 사업 확대가 핵심 화두로 제시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AtoZ) 부사장은 “올해 광주에서 정부가 투자해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돌아다니기 시작할 것”이라며 “첫해부터 완전 무인은 아니겠지만 2~3년 안에 점차 무인화로 가는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10대 미만 수준의 제한적 실증이 많았지만 이제는 200대 이상 대규모 실증, 나아가 상용화를 준비해야 하는 단계”라며 “자율주행이 지금 안 되면 기술 정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율주행 업계는 그동안 미국 웨이모, 테슬라, 중국 바이두 등 글로벌 선도 기업과 비교해 자본력과 서비스 규모 면에서 열세를 보여 왔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수조원 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수천억원 수준의 투자 여력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용화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로보택시 전면전보다 노선형·공공교통형 서비스부터 사업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 부사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우리나라에서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노선형 영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고 지자체와 정부를 설득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광주 실증도시는 단순한 서비스 시범사업을 넘어, 실도로 주행 데이터를 대규모로 축적하고 이를 다시 기술 고도화에 활용하는 ‘데이터 루프’를 구축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율주행은 결국 다양한 돌발상황과 예외 사례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대규모 차량 운영 자체가 핵심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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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주 서귀포시 신화월드에서 열린 법무법인 세종 주최 ‘모빌리티 산업 자율주행·AI 신규 트렌드와 규제 방향’ 세미나에서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장은 “자율주행 경쟁 구도는 점점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도시 전체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운영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차량 기술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과 운영, 관제, 데이터 확보 역량까지 포괄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업계는 최근 자율주행 기술의 흐름이 기존 룰베이스 중심 구조에서 AI 기반 E2E(End-to-End)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이 피지컬 AI 흐름과 결합하며 실제 서비스 단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라벨링·모델 학습·운영까지 연결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 진전만으로 상용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은 자율주행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안전 인증’과 ‘국제 기준 대응’을 꼽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먼저 시장을 열고 있지만, 결국 차량을 판매하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인증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내도 레벨4 자율주행차 인증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또 “광주를 필두로 한 실증도시 조성은 단순한 지역 사업이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개발 로드맵과 인증 체계를 현실에 접목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실증과 인증, 제도 정비가 함께 가야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변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해 시행된 AI 기본법이 자율주행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AI센터장(변호사)은 “자율주행은 교통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AI 기본법상 고영향 AI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대표 영역”이라며 “기업들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투명성, 안전성, 위험관리 체계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율주행 업계는 이미 자동차관리법, 자율주행자동차법 등에 따른 각종 인증과 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AI 기본법과의 중복 규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보다 정교한 가이드라인과 간주 규정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광주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실증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한국 자율주행 산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처럼 제한된 환경에서의 시험을 넘어 도시 단위 서비스로 확장돼야 기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 부사장은 “자율주행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선형·공공교통 중심으로 먼저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택시나 물류 영역까지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