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확보 안정적…공급 차질 영향 제한적”
단기 수출 확대 효과 기대
중기적으로는 가동률 조정·마진 압박 재부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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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된 여수산업단지 모습. [여수시 제공]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면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비교적 원유 수급이 안정적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충분히 수출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비효율 설비를 순차적으로 퇴출함으로써 업계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것이란 주장이 우세하다.
4일 영국 연구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단되고 있는 일일 석유는 100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1억400만배럴)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석유를 나프타 주요 원재료로 삼는 석유화학 업계는 호즈무즈 봉쇄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원료 수급 불안에 에너지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현재 석유화학 업체들은 일제히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춘 상태다.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갖추고 있는 여천NCC는 가동률을 기존 80% 수준에서 60%대까지 낮췄다. KB증권은 장기적으로 국내 연간 석유화학 가동률이 전년 대비 27%, NCC 가동률은 4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준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능력 및 유종 전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정부 비축유를 활용할 수 있어 내수 나프타 조달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며 “석유화학도 세계 4위 규모로, 정부의 내수 우선 공급 정책과 동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가동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대응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석유화학 및 제조업이 입는 타격은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일례로 일본이 지난달 16일 이미 비축유 방출을 시작한 반면 한국은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원유 수급 여력이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내 원유 재고가 20%가량 감소하면서, 정부는 지난 2일부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3단계)’로 격상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는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정부 비축유를 일시적으로 민간에 공급하는 비축유 스와프(SWP)를 통해 국내 수급을 부담을 완화한다.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도 늘리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공급 축소 국면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수출 확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납사 비중이 88%에 달하는 전형적인 NCC 중심 구조로 원재료 측면에선 LPG(액화석유가스) 의존도가 낮아 직접적인 공급 차질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유럽발 공급 축소가 본격화하고 국내 납사 조달이 정상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화학 기업들의 수출 확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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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 모습. [로이터] |
다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뿐 업황 자체가 회복되는 구조로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NCC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제품가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렵고, 수요처 역시 높은 가격을 장기간 수용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재고평가 효과나 일부 제품 스프레드 반등이 가능하더라도 중기적으로는 가동률 조정과 마진 압박이 재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석유화학 사업재편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쟁이 석유화학 업황의 반전을 만들었다기보다, 약했던 수요 회복에 두 번째 충격을 가하면서 국내 NCC 구조조정 필요성을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며 “향후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에 사업 재편안 최종 제출 시한을 지난달 31일로 제시했으나, 울산과 여수 산단에선 재편안을 내지 못한 상태다. 울산에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여수에선 LG화학-GS칼텍스가 구조조정에 뜻을 모았으나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난으로 비효율적인 설비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흐름이 시작된만큼 구조조정도 신속하게 이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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