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2만여건 조회”…노조 위해 동료 개인정보까지 유출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 가시화]

삼성전자 ‘임직원 정보 수집’ 직원 고소
노조파업 앞두고 사내 시스템으로 무단수집
도넘은 행태에 강경 대응, 경찰에 수사 의뢰
전문가 “통상수준 벗어나…매크로 사용 의심”
‘노조 미가입자 블랙리스트’ 이어 비판 고조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과반노조로서의 지위를 공식 선언하며 지위 인정 과정과 조직화 경과, 향후 계획 및 목표 등을 발표했다. 윤창빈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볼모’로 회사 측과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싸고 대치하는 가운데 임직원의 파업 참여를 강제하는 발언과 행동을 지속하면서 결국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특히 파업을 앞두고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해 노조 미가입자 신상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무분별하게 공유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무단 수집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소속 직원 A씨를 전날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사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사내 시스템 2곳에서 약 1시간 동안 2만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집 정보에는 임직원의 이름과 소속부서, 인트라넷 ID 등이 포함됐다.

회사는 실시간 정보보호 감지 시스템으로 비정상적인 접근 행위를 감지하고 A씨를 특정해 고소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1시간 동안 2만회 넘게 정보를 조회한 것은 통상의 업무활동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행위”라며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A씨가 이전부터 전 직원 개인정보를 수집해 사내 제3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사실도 이번 사내 조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회사는 해당 정보가 사적 이익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고소는 이달 1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특정 부서의 메신저상 단체 대화방에서 파업 참여를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 가입여부가 명시된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하고 정식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노조 가입여부는 개인 신념에 따른 선택인 만큼 민감한 정보로 분류된다. 당사자 동의 없이 이를 무단 수집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노조가 파업을 앞두고 사측과 첨예하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찍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조가 ‘파업 불참자와 참여율이 저조한 부서에게 불이익’을 예고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색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파업 참여를 강제하기 위한 협박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3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에 있어 이들을 우선 안내하겠다”고 경고해 구시대적 투쟁 방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사측을 옹호하는 자, 사측을 위하는 자에 대한 신고 제보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신고한 조합원에겐 포상금도 지원하겠다”고 밝혀 직원 간 상호 감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의 참가를 설득하는 행위를 할 때 폭행, 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업을 앞두고 노조의 이 같은 과격한 독려 행태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로까지 사태가 악화하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직원을 직접 고소하며 노조의 법적 대응 수위를 올리는 모습이다.

회사 측은 경찰 수사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무단 유출행위에 대해선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임직원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시스템 보안 수준을 높이고 관련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만 놓고 보더라도 평균 연봉의 600% 해당하는 1인당 5억4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제안했음에도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극단적 투쟁을 몰고 가고 있다”며 “법적 근거가 약한 파업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기보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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