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국에 전문인력 두고 스테이블코인 의심거래 대응해야” [크립토360]

구민우 체이널리시스코리아 부사장 인터뷰
의심거래보고(STR) 1년 새 약 226% 증가
법정화폐·디지털자산 교환 온·오프램프 핵심
발행보다 유통·지급결제서 혼선 더 발생 가능성


구민우 체이널리시스 코리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체이널리시스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금융기관의 의심거래보고(STR)가 지난해 1만9000여건에서 올해 6만2000여건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이를 처리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것이 현실입니다.”

구민우 체이널리시스코리아 부사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수사기관, 규제당국, 거래소 등이 각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데이터와 권한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전체 디지털자산 자금 흐름을 놓치기 쉽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대한 장기적 대안으로 구 부사장은 ‘디지털자산국’이나 ‘디지털자산청’처럼 전문 인력을 모아 정보를 공유하고 흐름을 함께 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구 부사장은 한림대 융합과학수사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체이널리시스가 올해 발간한 디지털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디지털자산 거래액은 최소 1540억달러(약 226조원)로 집계됐다. 또 현재 불법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부사장은 달러 현금을 직접 보유하거나 반출입하기 어려운 국가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어 불법 자금 이동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범죄 넘어 산업화”…복잡해진 자금세탁 구조


업계에서는 최근 디지털자산 범죄의 가장 큰 변화로 자금세탁의 산업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소수 조직 또는 개인이 단순한 거래 구조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자금세탁 과정이 분업화되면서 범죄 인프라 자체가 하나의 서비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장외거래소(OTC), 브릿지, 믹서, 탈중앙화거래소(DEX) 등 다양한 경로가 사전 설계되면서 자금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이를 한눈에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구 부사장은 체이널리시스가 한국에 진출한 2021년과 비교해 지금은 온라인에서 범죄 기술을 사고파는 환경이 더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전보다 범죄 복잡도가 훨씬 높아졌고 사람이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범죄에 쓰이는 수단도 현금에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체이널리시스코리아는 국내 수사기관에는 범죄 자금 흐름 분석을, 금융사와 거래소에는 자금세탁방지(AML)·리스크 관리 기능을, 규제 당국에는 제재 기술의 표준을 제공 중이다. 구 부사장은 공개된 온체인 데이터 수집력을 넘어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하고 실무에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이널리시스의 대표 분석 솔루션 ‘리액터’는 공공기관에서의 수요가 특히 크다. 구 부사장에 따르면 유즈닉스(USENIX) 보안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의 논문에서 체이널리시스의 오탐률은 0.01~0.15%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나무 관련 제재·소송 과정에서도 체이널리시스의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사용 사실이 언급되면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능을 통해 분석 경험이 적은 사용자도 각종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어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민우 체이널리시스 코리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체이널리시스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실마리는 결국 ‘현금화 구간’에…법정화폐 전환 지점이 관건


구 부사장은 복잡해진 범죄 구조 속에서도 당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으로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이 맞바뀌는 온·오프램프 구간을 지목했다. 그는 “거래소에 들어가 현금화되거나 OTC를 통해 교환되는 구간이 사실상 핵심”이라며 “현금성 가치와 디지털자산 가치가 바뀌는 접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금융거래라도 온체인 흐름까지 따라가면 숨은 맥락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마약사범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종이 메모가 지갑 복구용 시드 문구로 확인되면 해당 지갑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거래소나 OTC를 거친 현금화 정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거래소의 고객확인(KYC) 정보와 계좌를 대조하면 명의자를 특정하고, 은행권으로 넘어간 뒤 자금이 분산된 경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규제 당국이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봐서는 안 된다고도 구 부사장은 말했다.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라도 은행 내부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형태와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자산의 위험도가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넓게 유통될 수 있는지, 보유자 확인이 가능한지, 불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지를 함께 보는 것”이라며 “자산의 이름보다 사용 방식과 위험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우 체이널리시스 코리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체이널리시스 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너머 유통도 함께 봐야”


이날 인터뷰에서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구 부사장은 “발행 주체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고와 혼선은 유통·지급결제·이전 과정에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발행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다. 체이널리시스코리아가 지난 9일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연 ‘원화 스테이블코인: 더 터닝 포인트’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제도 공백이 길어질수록 회색지대에서 사업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사이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고 제도보다 사업이 먼저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부사장은 “USDT와 USDC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기본법도 없는 상태에서 과거식 가이드라인만으로 대응하려 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유통과 관련한 최소한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지금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부사장은 제도 정비의 우선순위로 외환 관련 법체계 보완도 거듭 강조했다. 국경 간 디지털자산 이동은 자금세탁과 제재 회피, 무등록 송금 등과 맞물릴 수 있는 만큼 외환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구 부사장은 “국경 간 디지털자산 모니터링 체계부터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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