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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부] |
공정위, 인쇄용지 담합 6사에 3383억원 과징금
영업이익률 2% 안팎 제지사들 올해 적자 불가피 전망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내 제지업계가 2026년 들어 복합 악재에 짓눌리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국제 펄프 가격이 오르고, 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운임과 국제유가가 뛰는 데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종이는 원재료(펄프)를 수입해서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수출로 환율 상승분을 만회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제지업계 특성상 ‘비용증가’ 요인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제지사들이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했다며 3383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국제 활엽수 표백화학펄프(SBHK)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톤당 780달러로 전월 760달러 대비 2.63% 올랐다. 지난해 7월 64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20% 넘게 가격이 상승한 수준이다. 펄프는 인쇄용지와 복사지, 고급 판지의 핵심 원재료다. 국내 제지업계는 무림P&P가 일부 원자재를 자체조달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펄프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국제 가격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환율과 운임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여러 차례 15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발 리스크 이전 대비 30% 이상 올랐다. 펄프를 달러로 구매해 들여와야 하는 제지사들 입장에서는 원재료 매입단가가 뛰고, 들여오는 비용과 내보내는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구조다. 특히 종이는 무게와 부피가 커 운임 상승에 더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부담도 키우고 있다. 최근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WTI도 90달러대 중후반까지 올라섰다. 제지업은 건조 공정에서 대규모 스팀과 전력, 가스를 쓰는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제지업계 자료에 따르면 전력과 LNG가 제지업 에너지 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7%에 이른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제조원가 전반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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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제지]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지업계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23일 한솔제지, 무림P&P, 한국제지, 무림페이퍼, 홍원제지, 무림SP 등 6개사가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10개월간 인쇄용지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며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한국제지와 홍원제지에 대해선 검찰 고발도 결정됐다. 제지사들은 2021년부터 4년동안 가격을 함께 올리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최근 주요 제지사 2025년 실적을 보면 한솔제지는 연결 기준 매출 2조2900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림P&P는 지난해 영업손실 245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고, 무림페이퍼는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93% 급감한 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제지도 매출 7537억원, 영업이익 31억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깨끗한나라는 매출 5082억원, 영업손실 226억원으로 적자 폭이 컸다.
대표 회사인 한솔제지의 경우 올해 순이익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징금의 경우 재무제표에 영업외비용으로 인식되는데 한솔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8억원에 불과하다. 한솔제지에 부과된 과징금이 1300억여원이라는 점으로 고려하면 올해 한솔제지의 순이익 적자전환은 기정사실로 해석된다. 한솔제지는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실적 반등 배경으로 “원부자재 가격 하락 및 해상운임 하락” 등을 꼽았는데, 그 전제가 상당 부분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제지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한솔제지는 사과문을 통해 “고객 및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고, 무림 역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준법통제시스템 고도화, 컴플라이언스 전담 조직 운영, 공정거래 위반 시 최고 수준의 징계 적용 등 제도·조직·교육 3대 축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