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보는 기준 바꾸겠다”는 워시…오히려 금리 인하 더 멀어진다?[디브리핑]

연준 의장 지명된 워시 ‘조정 평균’ 지표 도입 시사
뱅크오브아메리카 “오히려 물가 더 높게 나올 수도”
PCE 대신 새 기준 세우면 금리 인하 시점 더 늦춰질 가능성
지표 변경→정책 불확실성→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케빈 워시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이사 겸 의장 후보 지명과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외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가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오히려 금리 정책의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연준이 현재 기준으로 삼고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대신 ‘조정된 평균’ 방식의 물가 지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식품·에너지뿐 아니라 일회성 가격 급등 등 극단값을 제거해 ‘기초 인플레이션’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물가 흐름이지 지정학적 충격이나 특정 품목 가격 급등이 아니다”라며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 전반적 물가 흐름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이나 특정 식품 가격 변동처럼 외부 변수에 따라 물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연준이 사용하는 근원 PCE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 흐름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기 위한 지표다. 다만 워시 구상은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품목의 급등락까지 추가로 걸러내겠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더 ‘좁은’ 물가 개념을 적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해당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최근 12개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평균 2.3%, 중앙값 2.8%로 기존 근원 PCE(3%)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지만, 향후에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식품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일부 반영될 경우, 전반적인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기존 지표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거 2019~2020년에는 유사한 ‘조정 중간값’ 지표가 근원 PCE보다 높게 나타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준은 통상 물가가 목표치보다 높을 경우 금리를 유지하거나 인상하고, 낮을 경우 인하를 검토한다. 만약 워시 체제에서 새로운 지표가 기존보다 높은 물가를 가리킬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거나 긴축 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낮게 나오면 완화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지표 선택 자체가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지표 변경 리스크’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준이 참고하는 물가 지표가 비교적 명확해 시장이 금리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기준이 바뀌면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워드가이던스 약화까지 겹칠 경우 금리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은행 신뢰성 문제도 거론된다. 특정 상황에 유리한 지표만 선택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워시가 제시한 지표가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책 신뢰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따를 것이라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연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리 정책과 지표 선택이 맞물릴 경우 정치적 개입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워시의 ‘인플레이션 지표 개편’ 구상은 단순한 통계 방식 변경을 넘어 금리 정책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문제로, 향후 시장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 “워시 후보자가 금리 방향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은 채 물가 지표와 정책 체계 변화를 강조하면서 향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물가 판단 기준이 바뀔 경우 시장의 금리 예측력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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