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 ‘김범석’ 되나…한미 통상변수 공정위 판단 주목

공정위, 쿠팡 동일인 변경 초읽기
지정땐 공시의무·사익편취 규제 강화
친족 경영 관여 정도 여부 ‘핵심 변수’
美상장사 규제…외교관계 부정 영향
현행 ‘법인’ 유지땐 국내 여론 악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90명의 여야 국회의원은 이날 회견을 마치고 한미 동맹의 근간과 한국의 법치주의 체계를 흔들려는 쿠팡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마련해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연합]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현행 ‘법인’에서 김범석 ‘개인’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조만간 발표한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쿠팡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상장사를 겨냥한 차별 규제라는 반발과 함께 한미 통상 관계의 새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공정위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정 시한이 내달 1일로 정해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 맞춰 쿠팡 동일인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뜻한다.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규제를 적용하는 출발점으로, 재계에서는 통상 ‘총수’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지금까지 동일인이 자연인 김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으로 유지돼 왔다. 외국 국적 창업자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이라는 특수성과 당시 제도상 집행 실효성 논란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판단의 핵심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 충족 여부다. 공정위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계열 범위 차이가 없고, 지배 자연인 및 친족의 국내 계열사 출자·경영 참여·채무보증·자금대차 등이 없을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친인척 일가의 지분 관계와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관련 자료도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가 확인되면 개인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특히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역할이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공정위는 형식상 직함이나 등기 여부보다 실제 의사결정 영향력과 경영 관여 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관련 정황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이 미국 모회사 소속 인력일 뿐 국내 계열사 임원이 아니어서 동일인 변경 사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쿠팡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친족 및 특수관계인을 기준으로 계열회사 범위가 다시 확정될 수 있다.

동일인 관련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친족 회사와의 거래, 지분 구조, 내부거래 내역 등에 대한 점검과 규제가 한층 강화되며,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총수 친족에게 과도한 보수나 이익이 이전되는 구조에 대한 감시 역시 강화된다.

다만 공정위로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 작지 않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커진 책임론에 부응하고 쿠팡만 예외적 지위를 누려왔다는 형평성 논란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상장사를 겨냥한 규제라는 반발과 함께 통상 마찰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쿠팡의 지주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만큼,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불리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최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쿠팡 이슈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도 이런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반대로 현행대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유지할 경우 외교·통상 마찰 우려는 덜 수 있다. 대신 공정위가 대외 부담을 이유로 한 발 물러섰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 여론 악화, 규제 형평성 논란 재점화, 대기업집단 관리 체계의 신뢰 저하 등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쿠팡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외국계 지배구조 기업집단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을 새로 세우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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