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소기업 AI법’ 전남의 미래를 가른다

오익현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오익현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인공지능(AI)은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의 과실이 이미 일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48.8%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28.7%에 그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더 심각하다. 수도권 기업의 AI 활용률은 40.4%지만, 전남을 포함한 비수도권은 17.9%에 불과하다.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벌어진다.

OECD는 이미 경고했다. AI 기술 확산은 후발 기업이 따라잡는 구조가 아니라, 선도 기업이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금 대응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따라잡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전남의 중소기업에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법 없이는 지원도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소기업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은 단순한 지원 법안이 아니다. 지역 중소기업이 AI 전환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법이 없으면 지금과 다르지 않다. 단발성 사업, 불안정한 예산,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반복된다. 법적 근거가 없으면 정부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의무도, 안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기반도 갖기 어렵다.

결국 전남을 비롯한 비수도권의 중소기업은 계속해서 수도권 중심 정책의 ‘바깥’에 머물게 된다.

법안이 바꾸는 것은 ‘현장’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변화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첫째, 지역 AI 확산 거점이 만들어진다. 전남테크노파크와 같은 기관이 ‘AI 확산 허브’로 지정되면, 기업은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교육·컨설팅·데이터 활용 지원을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지금처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지역을 떠나야 하는 구조가 바뀐다.

둘째, 전남의 주력 산업이 AI와 결합한다. 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농업, 조선 등 전통 산업이 AI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재정적 기반이 마련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셋째, 인재가 지역으로 유입된다. 법안에는 해외 인력 비자 특례, 병역특례 기업 선정 우대, 임대료 감면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기업 입장에서 이는 결정적인 변화다.

작은 기업일수록 AI의 효과는 더 크다.

AI 도입의 효과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빠르게 나타난다. 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이상 기업의 AI 투자 회수 기간은 평균 26.8개월인 반면, 5인 미만 기업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을수록 AI 도입 효과가 더 빠르고 강력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남의 중소기업은 AI에 ‘불리한’ 존재가 아니다. 제대로 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중소기업에 AI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고, 중소기업 AI법이 바로 그 공백을 메우는 배양토가 될 것이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 AI 지원을 위한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고 있고, 독일은 전국 단위 AI 역량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의 현장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언젠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인식하고 움직이고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이 법안은 이미 여야 의원 62명이 공동 발의했고, 산업계도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더 이상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전남의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는 AI 교육, 활용 가능한 데이터, 그리고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다. 그 모든 것이 이 법안에 담겨 있다.

지금 통과시키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그때의 격차는 ‘차이’가 아니라 ‘단절’이 될 것이다. 국회가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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