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6618만 회분 버렸다…혈세로 샀는데 단가는 ‘비밀’

2억2964만 회분 도입해 6618만 회분 폐기
코로나19 백신 10개 중 3개 버린 셈
질병청 “폐기는 다른 나라도 비슷…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단가는 비밀”


코로나19 백신. [EPA]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코로나19 백신 10개 중 3개꼴로 쓰이지 못한 채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세금으로 확보한 백신이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도입된 코로나19 백신은 총 2억2964만 회분이다. 이 중 올해 3월 말 기준 1억5266만 회분이 접종에 사용됐고 1024만 회분은 해외에 공여됐다. 나머지 6618만 회분은 폐기됐다. 전체의 28.8%다.

폐기된 6618만 회분 중 6581만 회분(99.4%)은 유효기간이 지나 버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은 재배분 조치 없이 그대로 폐기됐다.

폐기량은 해가 갈수록 늘었다. 2021년 170만 회분에서 2022년 1007만 회분, 2023년 1875만 회분, 2024년 3328만 회분으로 불어났다. 4년 새 약 20배 증가한 수치다.

폐기된 백신의 전체 단가는 공식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질병청 관계자가 “선(先)구매 계약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단가와 계약 조건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개된 해외 계약 자료를 토대로 추정은 가능하다.

2020년 12월 벨기에 국무장관이 실수로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EU 백신 가격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는 약 12유로(현재 환율 기준 약 2만원), 모더나는 18달러(약 2만6000원), 아스트라제네카는 1.78유로(약 26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실제 평균 가격은 약 15유로(약 2만5000원) 수준으로 더 높았다.

한국 정부가 이와 유사한 단가로 계약했다고 가정하면, 폐기된 6618만 회분의 가치는 수천억 원에서 1조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단가는 계약 조건과 제조사별로 상이해 정확한 산출은 어렵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유행 초기 각국이 백신 확보에 혈안이 됐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 변이가 다양해지고 접종에 동참하지 않는 국민도 많아지면서 폐기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도 폐기량을 공식 공개하지 않지만 한국보다 훨씬 많이 버렸을 것이라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김미애 의원은 “국민 혈세로 확보한 백신이 상당량 폐기된 것은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백신 확보뿐 아니라 활용과 관리까지 포함한 전 주기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향후 감염병 대응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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