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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의 화물선들 [EPA] |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중동 분쟁으로 선박 항로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쪽으로 이동하면서 남아공 인근 바다 고래들의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도 급증하면서 희망봉 항로 선박 통행량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포유류 연구소 고래 전문가 엘스 페르뮬런 박사 연구진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최근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희망봉이 있는 남아공 남서부 해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고래 개체군의 서식지다. 2023년 11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화물선을 납치한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는 선박이 늘었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우회 선박은 더 늘었다.
IMF와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운송 모니터링 플랫폼 포트워치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4월 24일 희망봉 항로로 운항한 상선 수는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송로가 막히자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산 원유 매수에 나섰다. 유럽 조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산 원유에 대한 아시아 수요는 전월 대비 82% 증가했다. 지난달 케플러 관계자는 “미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행렬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VLCC는 보통 200만 배럴의 원유를 한 번에 실어 나르는 초대형 유조선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희망봉을 거쳐야 하며 편도로만 60일이 걸린다. 현재 미국을 향해 이동 중인 VLCC는 약 70척이다.
페르뮬런 박사는 “고래와 충돌 위험이 가장 큰 고속 선박의 운항량이 네 배 증가했고 혹등고래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는 화물선에서 촬영된 영상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충돌 건수와 증가 폭은 제시되지 않았다. 페르뮬런 박사는 데이터 부족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데다 선박 충돌로 폐사한 고래는 해안으로 떠밀려오기보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페르뮬런 박사는 선박 항로 일부 조정이나 특정 시기 속도 감축 방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