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71%, 재고 현황 ‘위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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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 |
전국 소아청소년 병원 상당수가 소아 필수 의약품인 ‘아티반’의 공급 차질로 인해 극심한 진료 대란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은 소아 필수 의약품의 고질적인 품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보건 당국에 촉구했다.
16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소아청소년 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응급 의약품 재고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현재 병원의 아티반 주사제 재고 상황과 그에 따른 진료 차질 정도’를 묻는 질문에 12개 병원이 “이미 재고가 완전히 소진돼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어 13개 병원은 “1~2개월 내에 재고가 바닥날 예정이어서 당장 7월 이전에 치료 대란이 벌어지는 것이 확실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 10곳 중 7곳 이상(71.4%)이 현재 상황을 심각한 의료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아티반’은 뇌의 과도한 신경 흥분을 억제해 소아의 발작 증세를 신속하게 가라앉히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발작제다. 소아과 의료 현장에서는 이 약물을 뇌손상을 막는 ‘응급실의 에어백’이라고 부를 만큼 임상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아티반은 현재 국가 필수의약품이자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아티반 주사제를 독점 공급해 오던 일동제약이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장의 비극이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아티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업체 간 논의가 진행 중이며 필요시 행정적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현장의 품절 공포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일각에서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 같은 대체제가 있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해 병원들의 69%(24곳)는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아 환자의 특성상 약물마다 작용 발현 시간과 부작용의 결이 달라 아티반을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장 전문의들의 우려다.
정부가 즉각 실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제약사가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실제 생산 원가를 반영한 약가 인상’(63%)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원가가 보전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제약사에 생산을 강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아청소년 병원들은 아티반 외에도 영유아 급성 호흡곤란 1차 치료제인 ‘벤토린 네뷸’, 중증 소아 천식 흡입 스테로이드제 ‘풀미코트 레스퓰’, 시럽형 해열제 및 항생제 등도 현장에서 상습적으로 동나는 대표적인 약품으로 꼽았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향후 어떤 의약품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그것이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공급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로 인해 생산 단가가 오르면 약값도 즉각 연동되어 인상되어야 하며, 초저가 필수의약품의 원가와 관리비는 국가가 100% 보전해 주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강력히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