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조 서울시장, 1조 서울 구청장…제대로 뽑는 비법은?

[박종일 자치광장] 서울시장 4년간 200조, 구청장 4년간 4조 이상 예산 주무르는 막강한 자리…유권자, 후보 됨됨이·소통력·전문성·청렴성 꼼꼼히 따져야


서울의 젖줄 한강은 유유히 흐른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6·3 지방선거가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과 구청장 후보들은 30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해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서울 시내는 선거 차량과 유세 소리로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에 들어갈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왕정이나 독재 시대에는 위에서 임명된 권력이 국민을 지배했다. 그러나 민주공화정 시대에는 시민 스스로 대표를 뽑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서울시장과 구청장 등 지방정부 수장을 주민 손으로 뽑아온 역사도 이제 성년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유권자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한 단계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하는 장이 돼야 한다.

서울시장은 한 해 예산만 50조원이 넘는다. 서울 자치구도 연간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선 곳이 적지 않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4년간 200조원 이상, 구청장에 선출되면 4년간 4조원 안팎의 예산을 주무르게 된다. 여기에 수만 명, 또는 수천 명 공무원 조직의 인사권까지 갖는다.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큰 선출직 중 하나다. 구청장 역시 주민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예산, 인사, 도시계획, 복지, 안전, 교육, 문화정책을 결정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런 자리를 뽑는 선거라면 유권자들도 후보를 더욱 날카롭게 살펴야 한다.

첫째는 후보의 됨됨이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 철학은 갖췄는지, 공직을 권력이 아니라 책임으로 여기는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 요즘은 포털 검색과 언론 기사, 선관위 자료, 인공지능 검색 등을 통해 후보의 과거 행적과 논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소통 능력이다. 시민과 구민을 대하는 태도, 공무원 조직을 이끄는 방식,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와 배려가 부족한 단체장은 결국 민심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구청장 후보라면 지역 주민이나 구청 직원 몇 사람의 평가만 들어봐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다.

셋째는 전문성과 추진력이다. 후보가 걸어온 길, 맡았던 일, 실제로 이뤄낸 성과를 살펴야 한다. 말만 앞세우는 사람인지, 현장을 알고 실행해 본 사람인지 구분해야 한다. 지방행정은 구호가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마지막은 청렴성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사권을 가진 자리인 만큼 청렴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구청장은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얽혀 있어 작은 소문도 금세 퍼진다.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주민이나 공직자들의 평판을 들어보면 후보의 청렴성과 처신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여전히 곳곳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유권자들의 눈은 더욱 매서워져야 한다.

서울 자치구 한 간부는 “지방자치 부활 30여 년이 지나면서 후보를 보는 구민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자치 역사에 한 페이지를 남길 멋진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선거에는 정당, 학연, 지연, 인간관계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이 살아갈 지역과 나라의 미래다.

유권자는 냉철해야 한다. 흠이 적고, 실력 있고, 깨끗하며, 주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지도자를 뽑는 것. 그것이 연간 50조원 서울시장, 1조원 구청장을 제대로 뽑는 가장 확실한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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