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밥의 현대화…오신채 없이 깊은 풍미
현대적 미감 수선사, 연못·나무다리 절경
동의보감촌 한방 온열 체험·127톤 귀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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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잎과 계절 채소, 전통장과 효소 양념으로 만든 ‘연잎밥정식’ [김명상 기자] |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백두대간의 정기가 내려오다 남해를 바라보며 멈춰 선 곳, 경남 산청군은 이름 그대로 ‘산이 높고 물이 맑은’ 고장이다.
병풍 같은 고봉 아래 1000여 종의 약용 식물이 자생하는 천혜의 환경은 산청을 웰니스 관광 거점으로 밀어 올렸다. 정갈한 사찰음식으로 몸을 비우고, 자연 속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테마파크에서 기(氣) 체험을 즐기는 여정. 직접 경험하고 나면, ‘산청’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이 깊은 매력을 모두 담아내기엔 역부족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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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음식 전문점 ‘자연바루’의 장독대와 대안스님 [김명상 기자] |
산청의 금수암 옆에는 전통 사찰의 단아함과 현대적 갤러리의 미감이 교차하는 공간이 있다. 사찰음식 명장 대안스님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점 ‘자연바루’다. 대안스님은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인물로, 현재 단 6명뿐인 사찰음식 명장 중 한 명이다. 스님이 ‘공양간의 셰프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자연바루는 주말에 방문객의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지는 장소가 됐다.
이곳의 메뉴는 기존 사찰음식이 가진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낸다. 나물류 중심의 식단 대신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등 현대적인 양식 메뉴를 사찰음식의 조리법으로 재해석하여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대안스님은 과거 조계종 총무원 산하에서 사찰음식 담당 특보를 담당하던 시절, 다른 스님들로부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피자나 돈가스는 도대체 무슨 맛이냐”는 말을 들은 것을 계기로 퓨전 채식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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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만든 갈빗살을 올린 ‘콩갈피자’ [김명상 기자] |
메뉴판을 채운 음식들은 고기처럼 생긴 것과 달리 모두 채식에 기반한다. 대표적으로 ‘콩갈빗살’은 식물성 콩고기를 가공해 갈비살의 식감과 풍미를 구현한 것이다. 양념을 배합하고 볶아내는 과정에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이 만들어진다. 먹어본 사람들이 “이 정도면 채식할 수 있겠다”면서 감탄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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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물에 담아 내놓는 ‘콩스테이크 정식’ [김명상 기자] |
또 다른 메뉴인 ‘콩스테이크 정식’은 식물성 콩 패티에 버섯을 가공해 쫀득한 식감을 살린 함박스테이크 형태로, 뜨거운 철판 위에 양배추, 브로콜리 등 제철 채소와 특제 효소 소스를 얹어 불맛을 내어 차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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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고기 패티를 사용해 돈가스처럼 보이는 자연바루 샐러드 [김명상 기자] |
돈가스로 보이는 음식도 있다. 감자와 치즈를 배합해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낸 바삭한 식감의 콩고기 패티에 각종 채소와 얇게 저민 배를 곁들이고,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 백초 효소를 섞은 상큼한 드레싱을 얹어 낸다.
김치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깊은 감칠맛이 나는데 아무래도 젓갈을 쓴 것 같아 물어보니 웃음 섞인 핀잔이 돌아왔다. “사찰에서 어떻게 젓갈을 써. 대신 해초 소스를 만들어서 김치 양념에 넣으면 감칠맛이 나. 다시마, 미역귀, 미역, 꼬시래기 같은 걸 소금과 조청을 넣어서 6개월을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면 흐물흐물해지는데, 그걸 갈아서 소스로 쓰면 돼.” 파·마늘·부추 등 오신채를 쓰지 않고도 깊은 풍미를 낸다는 사실이 사찰음식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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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스님 [김명상 기자] |
대안스님은 “음식 가격의 약 60%를 재료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밥상은 낼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스님이 사찰음식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인간의 행복이지. 건강한 음식으로 질병 없이 쾌적하게 먹는 것. 먹고 나서 내 몸이 어디가 나빠질지 하는 걱정이 없잖아. 그래서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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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과 어우러진 ‘수선사’의 전경 [김명상 기자] |
자연바루를 나와 차로 약 20분 거리를 이동하면 지리산 동남쪽 끝자락의 웅석봉 기슭에 있는 수선사에 닿는다. 수백 년 된 유물이나 거대한 국가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 사찰은 아니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곳이다. 1990년대 초반, 주지인 여경스님이 이곳의 논을 사들여 직접 돌을 고르고 터를 닦아 세웠다. 종교적 엄숙함 대신 세련된 현대적 감성과 자연경관을 극대화한 조경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람이 많이 올 때는 하루에 5000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대형 연못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다. 과거 논을 파낼 때 나온 자연석으로 축대를 쌓고 계곡물을 끌어와 자연스럽게 조성한 이 연못은 매년 여름이면 백련과 수련이 만개해 절경을 이룬다. 연못 옆에 자리한 카페 ‘커피와 연꽃’도 수선사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고풍스러운 나무다리를 건너 3층 옥상 테라스에 오르면 연못과 사찰 전경,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식 화장실도 수선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다. ‘화장실은 부뚜막처럼 깨끗해야 한다’는 스님의 지론에 따라 만든 곳으로 일반 사찰의 해우소와는 결이 다르다. 공간 구성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평가받는 수선사의 정갈함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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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사를 지은 여경스님 [김명상 기자] |
여경 스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말했다. 수선사에 자리한 연못, 법당, 카페, 갤러리 등 모든 공간은 조화를 이룬다는 원칙으로 지어졌다. 수선사의 매력을 좀 더 오래 체험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가 좋다. 최고급 숙박시설에 준하는 청결도와 편의성을 구축한 숙소는 고급 침대와 독립 욕실, 에어컨 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방은 총 5개로, 1인실과 2인실, 그리고 10명 정도의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방으로 나뉜다. 백미는 전경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연못의 수면이 바로 맞닿아 있어, 건물이 연못 위에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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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온한 분위기를 전하는 수선사의 연못 전경 [김명상 기자] |
아쉬운 점은 조계종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사찰로 직접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여경 스님은 “다들 홈페이지를 만들라는데 능력이 안 돼”라며 웃었다.
스님은 지금도 매일 새벽 호미 한 자루로 잡초를 뽑으며 도량을 가꾸고 있다. 이러한 스님의 노력 덕분에 사찰이라기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예술 정원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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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테마파크 ‘동의보감촌’ [김명상 기자] |
지리산의 거대한 정기가 동쪽으로 뻗어 나가다 멈춰 선 왕산 자락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 테마파크인 ‘동의보감촌’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경복궁 근정전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한옥 건물인 동의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약초를 직접 고르고 조합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천연 방향제를 만드는 ‘약초 향기주머니 만들기’ 체험이 운영된다. 여러 약초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조합하며 한방 약초를 오감으로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향을 담은 천연 방향제 주머니를 완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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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온열 체험’을 위해 온열 베드에 누운 사람들 [김명상 기자] |
인기 프로그램은 ‘한방 온열 체험’이다. 해독과 항균, 원적외선 방사 효율이 탁월한 천연 희귀 광물 ‘일라이트’ 베드에 누워 몸을 데우는 방식이다. 체험자들은 약 30분간 뜨끈한 온열 베드에 누워 누적된 피로를 다스린다. 미세한 파동이 인체의 고유 파장과 공명 작용을 일으켜 근육 경련을 완화하고 세포 조직을 활성화하는 원리다. 뜨끈한 베드에 누워 있자니 하루 동안 쌓인 여독이 절로 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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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감석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비는 방문객들 [김명상 기자] |
동의전 뒤편으로 이동하면 이곳의 명물인 ‘귀감석’을 만날 수 있다. 거북이를 닮은 형태에 천부경 글자가 새겨진 귀감석은 무게가 약 127톤(t)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다. 원래 황매산 신촌마을 뒷산의 신석(神石)으로, 거북이를 닮은 형태에 천부경 글자가 새겨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며 성심을 들이던 바위였는데 더 많은 이들의 소원 성취를 위해 옮겨졌다. 방문객들은 손이나 온몸을 바위에 대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며 각자 소원을 빈다.
천지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지함과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곳을 다녀간 뒤 고위 공직 승진이나 임신, 합격 등 경사를 맞이했다는 일화가 안내판에 기록돼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흥미롭게 붙잡는다. 현장에서 느끼는 ‘좋은 기운’에 대한 기대감은 동의보감촌의 강력한 콘텐츠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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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 향기주머니 만들기’ 체험 [김명상 기자] |
일상적으로 피로를 느끼기 쉬운 현대인들은 ‘쉼’의 진정한 의미를 묻곤 한다. 산청은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건강한 상차림, 그리고 정신적 에너지를 채워주며 쉼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명소들을 묶은 ‘산청 힐링 기차여행’ 상품도 출시된다. 오는 30일부터 출발하는 해당 상품은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남원역에 도착한 뒤, 전용 차량을 이용해 산청의 자연바루, 수선사, 남원 광한루원 등을 당일로 연결하는 코스다. 상품 가격은 10만 원대 중반으로 책정되었으며, 자세한 예약 및 일정은 해밀여행사 등 국내 전문 여행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