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적용 안된다…대법, “HD현대중공업, 하청근로자 단체교섭 의무없다” 상고 기각 [세상&]

전원합의체 ‘구 노조법 2조’ 적용 타당 판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HD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사측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조 측 패소를 21일 확정했다. HD현대중공업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전 사안의 경우 종전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노조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가 원고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및 단체교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사내하청지회는 2016년 총 5차례에 걸쳐 HD현대중공업에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사항에 관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2017년 1월 사측이 하청근로자 지회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부터 하청근로자의 교섭권 보장 내용 등이 담긴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개정 노조법 2조 제2호 후문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후문이 추가됐으나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구 노조법 2조에 따라 기존 법리대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수의견(8명)은 대법원이 2020년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노동조합 활동에 원청회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이 문제된 사안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해야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문언상으로는 노조법에서 규정한 모든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3권에 침해를 예방·제거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관점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반면,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는 단체협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용자 범위는 개별 관계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봤다.

이어 “사법 본질은 구체적 사건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므로 구체적 사건과 무관한 추상적 법리를 선언할 수는 없다”라며 “입법적 결단과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자 의사를 존중해 향후 개정 노조법이 적용되는 구체적 사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내고,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헌법이 노동3권을 직접 보장하는 취지·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 의미도 노무 제공 관계 실질에 비춰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노무 제공 관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고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고 했다. 반대의견은 “학습지 교사 등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종전 법리는 논리적 정합성이나 헌법정신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모두 상실했다”라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맞게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해야 함은 별론”이라며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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