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협상·美관세 여파…환율 개장가 금융위기 이후 첫 1530원 돌파

시가 1530원…3월 31일 이후 최고치
종가 기준 12일 연속 1500원 넘겨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에 유가 등 상승
美 12.5% 관세 적용…불확실성 커져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약 두 달 만에 1530원을 다시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데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간 거래 시작 가격 기준 지난 3월 31일(1519.9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 시작가가 153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2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12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겼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말~1998년 초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 종가 이후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란전쟁 발발 직후였던 3~4월(9거래일 연속)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2~3월(11거래일)도 넘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우선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못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이란 IRGC(이슬람혁명수비대)는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 기지 등을 공격했다. 이란 유조선과 게슘섬 통신탑 피격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이 IRGC측의 명분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가와 미국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1.9% 오른 배럴당 97.81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2.4% 오른 배럴당 96.02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포인트 오른 4.49%에 거래됐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같은 시간 전장 대비 0.02%포인트 오른 4.99%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미국 관세 리스크도 다시 불거졌다. 관세가 높아질 경우 수출이 줄면서 달러 유입이 감소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차익 실현 수요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2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6조6095억원을 순매도했다.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전날 저녁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에 대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의 도입과 효과적 집행에 모두 실패했다며 12.5% 관세를 적용했다. 앞서 USTR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과잉생산’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문제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아직 과잉생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노동으로만 이미 지난해 합의했던 상호관세 15%에 근접한 셈이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초부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강달러 및 글로벌 금리 상승, 외국인 국내증시 매도에 환율 상방 압력이 높은 국면에서 관세 리스크가 더해졌다”며 “환율 진정을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종전과 함께 유가 하락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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