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반출 저지 시민과 경찰 대치
6·3 지방선거가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크게 얼룩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계속되는 부실 선거관리 논란에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고 말았다. 선관위는 4일 새벽 “지난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해당 투표소에 방문한 국민 여러분의 참정권 행사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6·3 지방선거가 진행 중이던 전날 오후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 지연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같은 경우에는 전날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선관위가 해당 투표소 투표함 반출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는 시민과 경찰 및 선관위 직원들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일어났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한 분 한 분의 유권자께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투표소를 찾아주셨음에도 선관위의 실책으로 인해 투표권을 행사해 민주주의에 참여하고자 투표소를 방문하신 유권자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리게 돼 크나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전날 밤 허철훈 사무총장을 통해서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는 또 “개표가 종료되면 중앙선관위는 즉시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죄드리며, 이후 국민 여러분께 원인과 대책을 소상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야당 등이 주장하는 선거 연기·재선거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선거일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발생한 이번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표함은 개표소로 이송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격앙된 분위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밤 긴급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 투표는 유권자의 투표권과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라며 “오염된 서울시 선거는 무효다. 즉시 개표를 중단하고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도 선관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사과 정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부실한 선거관리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왜 그렇게 부실하게 투표용지를 관리했는지 반드시 사후에라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선거 연기·재선거 주장에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선관위와 궤를 같이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른 선관위의 선거관리 역량이 이번 일로 재점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때에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의 사전투표용지를 간이 용기에 담아 운반해 ‘소쿠리 투표’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서울의 한 투표소에 줄을 선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이 벌어져 사과하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가 부정선거론자들에게 자꾸 빌미를 주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김해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