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도 청소년 흡연 유입 경고…우리 규제만 ‘제자리’

담뱃값 4500원 11년째 동결…실질가격 하락
흡연 사회적 비용 약 15조원…재정 부담 확대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된 지난 4월 24일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액상형 등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니코틴 제품들이 새로운 담배 유입 경로로 작용한다고 경고한 가운데, 국내 담배 정책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WHO는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올해 슬로건으로 “화려한 유혹의 실체, 니코틴·담배 중독에 맞서자(Unmasking the appeal-countering nicotine and tobacco addiction)”를 제시했다. 다양한 디자인·마케팅으로 무장한 합성·유사 니코틴 제품들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게 WHO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29일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신종 니코틴 제품의 확산과 무분별한 광고 문제에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올해 첫 금연 광고도 합성니코틴과 전자담배를 포함한 니코틴 제품의 유해성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기존 담배 규제로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는 ‘2026~2030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통해 담배 가격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전문가와 사회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 및 논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바 있다.

현재 국내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11년째 약 4500원에 머물러 있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평균(약 9869원)의 절반 수준이자 최하위(35위)다. 물가 및 소비여력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담배의 실질 가격은 하락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담뱃값이 오른 2015년 서울 평균 짜장면 가격은 4598원이었으나 올해는 7692원으로 약 67% 올랐다. 같은 기간 냉면 가격도 8170원에서 1만2557원으로 54% 넘게 뛰었다.

값싼 담배 가격은 청소년 흡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외식·간식 메뉴 가격이 8000원을 넘는 상황에서 담뱃값이 4500원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경제적 부담만 낮출 뿐이라는 지적이다.

흡연율 관리 측면에서도 가격 정책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2021~2030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2030년까지 남성 흡연율을 25%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현 정책 수준이 유지될 경우 2030년 남성 흡연율은 32.24%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반면 담뱃값을 매년 10%씩 단계적으로 인상할 경우 흡연율은 29%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광고 규제 등 비가격 정책을 병행하면 24%대까지 낮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가격 인상 폭이 커질수록 흡연율 감소 효과도 커진다”며 과감한 가격 정책을 제언했다.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4조9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2020년 12조8912억원, 2021년 12조9754억원, 2022년 13조6316억원에 이어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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