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은 기회”…‘검은 월요일’ 공포에 마이너스통장 6000억 폭증

마통 잔액 43조원 육박…3년 7개월만에 최대
5일·8일 급락장서 이틀간 ‘마통’ 6085억 급증


진나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12.52포인트(8.18%) 오른 8096.93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최근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검은 월요일’을 전후해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마이너스통장(마통)을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거 나서며, 이틀간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000억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2조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도가 아닌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으로, 2022년 11월 말(43조1063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7877억원에서 5월 말 41조5324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6월 들어서는 단 5영업일 만에 1조4191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가 폭락했던 지난 5일과 8일 이틀 동안에만 잔액이 6085억원 폭증했다. 일별로는 5일에 1367억원, 8일에 4719억원이 각각 늘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선을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지난 5일 원/달러 환율 급등과 반도체주 약세 등으로 5.54% 하락했다. 이어 8일에는 장중 7442선까지 밀린 끝에 8.29%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개장 직후에는 주식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하자, 투자자들은 대출 이자율보다 단기 반등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며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은 연 단위지만 실제 이자는 사용 일수만큼만 계산되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며 “급등장에서는 단 며칠 만에 마통 이자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레버리지를 활용하려는 투자 성향이 짙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출범한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의 유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성장펀드 운용과 관련해 “운용을 잘하면 정부의 재정 집행이나 정책 금융 등에 인센티브를 주든지 하는 것을 고민해봐야겠다”고 밝힌 만큼, 오는 12일 펀드 설정 이후 관련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증시는 외국인의 매도세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공방을 벌이며 등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탄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흐름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9일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한 흐름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인 투자 수요가 시장에 더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18% 오른 8096.93으로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