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로 부정행위도 극성
국내외 토익시험 등서도 적발사례
아날로그식 손글씨 시험 고육책도
![]() |
| 메타의 AI 스마트글라스 안경. [메타 제공] |
“안경도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지난 4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사회과학적 글쓰기 강의 중간고사 시험 시간. 강의실에 들어온 조교는 학생들의 안경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글라스가 등장하면서 부정행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대학가가 AI 활용을 둘러싼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 작성은 이미 일상이 된 데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글라스와 무선 이어폰 등 웨어러블 기기 등이 빠르게 보급되면서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활용한 신종 부정행위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르면서 온라인 시험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공정한 시험을 위해 수강생이 나서거나 학교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한다. 한국외대 재학생 이원재(27) 씨는 지난해 계절학기 재무관리 수업에서 노트북을 활용한 온라인 쪽지시험이 진행되자 부정행위 가능성을 우려해 담당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다. 이씨는 “감독관이 한 명 뿐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챗GPT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수업에서는 조교 2명이 추가로 시험 감독에 투입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생 남모(23) 씨는 “학교에서 AI, 오픈북, 온라인 시험 등 부정행위가 발생하기 쉬운 수단이나 환경 자체를 지양할 것을 권고해 교수 재량으로 사용 여부를 허용하거나 금지하고 있다”며 “경영학 모든 전공수업은 시험에서 AI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과제나 리포트 제출 시 어떤 AI를 통해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명시하라는 수업도 있다”고 전했다.
교수들은 AI 활용에 대응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AI 탐지 기능을 도입한 ‘AI 카피킬러’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표절 검사 기능에 더해 AI가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장을 분석하는 기능이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신종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한나리(23) 씨는 “수업 시간에 교수들이 에어팟을 몰래 착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거나 안경을 이용한 AI 부정행위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과제를 제출할 때도 반드시 자신의 문장으로 작성하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AI 사용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교수들 사이에서는 스마트글라스 같은 새로운 기술이 시험 부정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적발 사례는 아니지만 특정 학생이 다른 과목 성적에 비해 유독 시험 답안을 지나치게 잘 작성한 경우 스마트글라스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사례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과제를 낼 때도 개인 경험이나 자기 생각을 토대로 작성하도록 하고, 시험 역시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손 글씨 시험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글라스에 대해선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는 통제할 수 있지만 안경은 시력 보조 도구일 수 있어 벗으라고 하기 어렵다”며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시험장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고민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토익 정기시험에서는 AI 스마트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2차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기기 발전 상황을 감안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과 함께 부정행위 방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9월 모의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새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