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조1571억 적발, 절반이 ‘내용조작’
브로커·병원 얽힌 조직적 허위청구 확산
‘공짜 치료’ 미끼 나도 모르게 공범으로
조사 전 자진 정정하면 착오처리 가능
방치시 가담수위따라 형사처벌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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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미나이를 활용해 제작함] |
#.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지난해 가벼운 교통사고로 2주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지인이 “어차피 보험 있으니 길게 누워 있어도 된다”고 권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한 달 넘게 입원했다. 퇴원 뒤 실손보험과 정액보험에 각각 보험금을 청구해 합산 700만원 가까이 받았다. 문제가 불거진 건 반년 뒤였다. 보험사가 입원기간 중 외출 기록과 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했고, 실제 치료에 필요한 기간을 넘긴 입원이라며 보험금 환수와 수사 의뢰를 통보해 왔다. “설마 나까지 조사하겠어”라고 여겼던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40대 주부 김모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김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급여 도수치료를 청구할 때 횟수를 조금 늘리면 더 받을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무심코 따라 했다. 두세 번은 넘어갔지만 청구가 쌓이자 보험사 심사에서 이상 징후로 분류됐고, 과거 청구 건 전체가 재심사 대상이 되면서 상당 금액을 토해냈다. “다들 이렇게 한다기에 나도 한 건데”라는 항변은 면죄부가 되지 못했다.
보험사기는 더 이상 일부 전문 사기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71억원,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에 달했다. 인원은 전년보다 3% 줄었는데 금액은 오히려 늘어, 한 건당 챙기는 금액이 커졌다. 적발 유형도 진단서 위변조 등으로 보험금을 부풀리는 ‘사고내용조작’이 전체의 54.9%로 가장 많았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누가’ 적발되느냐다.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23%로 가장 많았고, 나이별로는 ▷50대(22.1%) ▷60대(19.9%) ▷40대(19.1%)가 과반을 차지했다. 조직적 사기단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과 중장년층이 빠르게 통계에 편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과 브로커가 미용·성형 시술을 치료로 둔갑시키는 조직적 사기까지 더해져, 일반 가입자가 자신도 모르게 ‘환자’로 휘말리는 위험도 커졌다.
문제는 그 결과가 본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어나간 보험금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아무 잘못 없는 가입자 전체가 부담을 짊어진다. 적발 금액만 1조원대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연간 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보험사기는 단순한 부정행위가 아니라 중대한 범죄다. 그 경계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기로 했다.
Q. 요즘 보험사기 특징은 뭔가요?
A. 의외로 보험사기의 상당수는 ‘생활 밀착형’입니다. 적발 인원의 직업별 분포에서 회사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교통사고 후 실제보다 치료를 길게 받거나, 이미 있던 질병을 사고로 둔갑시키거나, 입원하지 않고 입원비를 청구하는 식이죠. ‘조금 더 받으면 어때’라는 가벼운 생각이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이 적발되나요?
A.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허위·과다 청구형으로, 가장 비중이 큽니다. 진단서나 입·퇴원 확인서를 부풀리거나 받지 않은 치료를 청구하는 경우죠. 실제 지난해 적발 금액의 54.9%가 이 유형이었습니다. 가벼운 교통사고 후 장기 입원하거나 받지 않은 물리치료를 청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고가의 치료비를 실손으로 충당하려고 하루 통원보험금 한도에 맞춰 여러 날 나눠 치료받은 것처럼 꾸미는 ‘진료비 쪼개기’ 수법까지 등장했습니다. 둘째는 고의 사고형으로,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사고를 내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모집·브로커 연계형인데, 병원·정비업체·브로커가 조직적으로 환자나 피해자를 모아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이때 일반인이 ‘환자’ 역할로 끌려 들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연루되기도 합니다.
Q. 최근 수법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A. 과거에는 개인이나 일가족 중심의 허위 입원·허위 장해가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쟁이 심해진 병원과 브로커(설계사 포함)가 수익을 노리고 주도하는 실손보험 사기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성형 목적 수술을 치료 목적으로, 비만이나 피부 미용 시술을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치료로 둔갑시키는 식입니다.
수법은 점점 조직화·지능화하고 있습니다. 브로커가 먼저 고객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 내역을 파악한 뒤, 병원과 짜고 ‘받지도 않은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을 만들어 보험금을 청구하고, 받은 보험금을 나눠 갖는 구조가 전형적입니다. 일부 조직은 텔레그램으로 가짜 환자 명단을 공유하거나, 여성형유방증·다한증 같은 병명으로 수술 기록을 조작하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요령까지 매뉴얼로 돌렸습니다. 실제로 미용시술을 받고도 도수치료로 청구하도록 진료기록을 조작한 한 병원은 환자 1000여명과 함께 40억원대를 속여 뺏었다가 적발됐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반 가입자가 ‘나는 그냥 무료로 시술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비용은 실손으로 처리해 드릴테니 공짜로 받으시라”, “광고 모델로 뽑아드리겠다”는 식의 제안이 대표적인 미끼입니다. 여기에 보험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치아보험, 간병보험 등으로 사기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공짜 치료’ 제안을 받았다면, 그 자체가 보험사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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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인 부탁으로 사인만 해도 문제 되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보험사기는 직접 저지른 사람뿐 아니라 가담·방조한 경우도 처벌 대상입니다. 지인이 “그냥 사인만 해달라”며 사고 확인서에 서명을 요청하거나 허위 진단서에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내용을 알면서 협조했다면 공모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지인의 교통사고에 동승자로 허위 기재돼 치료비를 청구하거나, 일하지 않은 사업장의 직원으로 올라가 산재보험을 받은 사례도 적발된 바 있습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이런 부탁은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본인을 지키는 길입니다.
Q. 과거 병을 말하지 않고 가입한다면?
A. 핵심은 ‘인지 여부’입니다. 고지의무란 보험 가입 전 자신의 건강 상태와 병력을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의무로, 청약서 질문 항목에 정확히 답하는 것이 기준입니다. 보통 최근 3개월 이내 진찰·치료 여부, 2년 이내 입원·수술 여부, 5년 이내 중대 질병 진단 여부 등을 묻습니다. 오래전 치료를 기억하지 못해 빠뜨린 경우와 최근 암 진단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는 전혀 다르게 처리됩니다.
특히 병원에서 미리 진단·치료를 받아 둔 뒤 이를 숨기고 가입, 면책기간이 지나자마자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은 명백한 사기로 봅니다. 애매한 항목은 ‘아니오’로 넘기지 말고 설계사나 고객센터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입 전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본인 진료 이력을 미리 확인해 두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 암 보험금은 특히 조심해야 하나요?
A. 생명보험에서 암·중증질환 진단보험금은 지급액이 크다 보니 사기 시도가 적지 않은 영역입니다. 대표적인 유형이 고지의무 위반입니다.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숨기고 가입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로, 계약 자체가 무효 처리될 수 있고 사기죄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진단명보다 중한 병명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지급 기준에 맞추려 진단서를 ‘조정’해주는 일부 의료기관과 공모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청구 시 의무기록 조회와 진료 이력 확인을 거치므로, 정확한 고지와 사실에 근거한 청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이미 청구한 게 걱정인데 뭘 해야 하죠?
A. 고의성 입증이 핵심입니다. 법적으로 보험사기가 성립하려면 ‘속이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 실수나 착오라면 보험금 환수로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청구라도 반복되거나 금액이 많으면, 또 외출·카드 사용 내역처럼 정황 증거가 쌓이면 고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인지 즉시’ 보험사에 먼저 연락하는 것입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자진 정정하면 단순 착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조사가 개시된 뒤에는 고의성 판단이 훨씬 엄격해지기 때문입니다. 각 보험사 고객센터나 가까운 지점을 통해 보험금 청구 정정을 신청할 수 있고, 초과 지급분이 확인되면 환수 절차가 진행됩니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브로커나 병원의 권유에 따라 잘못된 청구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면, 관련 자료부터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권유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 청구 서류 등은 본인이 주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근거가 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춰 금감원 보험사기신고센터나 보험사에 먼저 알리면, 가담 정도와 고의성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7월부터는 보험사기가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정식으로 포함됐습니다. 특히 부정 지급된 보험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것만으로는 감경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게 됐고, 피해자가 실제로 수령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직접 배상해야 정상참작이 가능하도록 기준이 명확해졌습니다.
Q. 보험사기 포상금도 있나요?
A. 금감원과 보험사가 공동 운영하는 보험사기 신고포상제도가 있습니다. 신고 후 수사·재판을 거쳐 보험사기가 확정되면 포상금이 지급되는데, 최근 5년간 제보자 1명에게 지급된 최대 포상금은 약 2억3000만원에 이릅니다.
특히 올해는 특별 신고·포상 기간이 10월 말까지 확대 운영 중이라, 병의원 관계자가 신고하면 최대 5000만원의 특별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신고는 금감원이나 각 보험사 고객센터로 가능하며, 단순 의심만으로는 어렵고 허위 진료기록부 등 구체적 증빙을 함께 내면 처리가 빠릅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진단서나 진료비 영수증을 위조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 20대가 입·퇴원 확인서를 AI로 조작해 11개 보험사에서 1억5000만원을 타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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