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지방은 딴 세상” 미분양·PF·수주절벽 덮친 중소건설사 무너진다[부동산360]

서울 정비사업지, 대형사 위주 재편
지방, 미분양 쌓이고 수주는 감소
“협회비도 못 내는 업체들 상당수”
양도세 한시감면 등 수요 확대책 필요


서울 도심 내 한 공사현장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정은·김희량 기자] 지방·중소 건설사들의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미분양 증가, 공사비 상승, 자금조달 환경 악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서울 정비사업지마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건설업계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방 연쇄효과가 큰 건설업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방 주택 수요를 늘리고 대출 규제를 차등화하는 등 중소 건설사 상황에 맞는 ‘핀셋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중소 건설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4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5179호로 이 중 전체의 73% 수준인 4만7881호가 비수도권에 쏠려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의 지방 물량은 2만5166호로 전체(2만9504호)의 85%에 달했다.

중소건설사들은 지방 사업 비중이 높아 미분양 발생에 따른 자금난의 충격을 대형사보다 더 크게 받는다. 이는 미분양 누적→자금 유입 중단→사업 자금 조달 차질→신규 착공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서울보다 지방에서 두드러지는 배경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지방 및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는 미분양 우려 등을 고려해 유독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적용한다”며 “그나마 충청도 등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지역 건설사들은 대출 여력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금조달도 어렵고 사업 자체가 멈춰있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 간 수주의 온도 차도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26 하반기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도권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했지만 지방의 수주 증가율은 8.6%에 머물렀다. 지방의 신규 수주 기반이 그만큼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건설업 전반의 심리도 쪼그라들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77.1로 전월 대비 0.5포인트(p) 내렸다. 특히 자금조달지수가 69.6으로 한달새 3.4p, 1년 전 대비로는 10.7p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금리 상승 우려와 사업자 신용도 하락으로 금융권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 영향이라는게 주산연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서울이나 수도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는 이미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나마 서울에 영업기반을 갖춘 중소 건설사들이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 여파와 노란봉투법 시행도 중소 건설사에는 부담 요인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일수록 원가 부담 확대와 원청 책임 범위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이란 종전 수순으로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전후 재건 시장 역시 기존에 해외 사업 경험을 축적해 온 대형 건설사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협회 관계자는 “신규 사업이 없다 보니 협회비조차 내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많다”며 “지금 버티는 곳은 지역 내에서도 사업 기반이 탄탄하거나 과거 호황기에 자금력을 확보한 일부 업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내 한 공사현장의 모습. [헤럴드DB]


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양극화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특히 지방 주택 수요를 높일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미분양 주택 수요를 높일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한시감면 등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업주가 원할 경우,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리츠 등이 대량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건설사들이 다음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으로 자금이 돌지 않으면 재투자 등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 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도 PF 보증 규모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총량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며 “매입물량이나 보증규모를 대폭 늘려 건설사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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