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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트럭 제조업체 ‘맥 트럭스’ 생산공장을 방문해 연설하면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AP] |
미국이 이란에 60일간 원유 수출을 허가하면서, 이란이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판매 대금만 1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미국이 이란에 13조원이란 ‘선물’을 먼저 안긴 셈이다. 정작 핵 협상에 대해 미국과 이란 주장이 다르고 이란이 오만까지 포섭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당근으로 쥐고 있어야 할 제재 유예를 미국이 너무 쉽게 내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수로여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며 이란에 대해 직접적인 경고를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영국의 리서치기업 보르텍사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 19일 기준 유조선에 적재된 인도 전 단계의 이란산 원유는 총 6900만배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위치 정보를 감추고 운항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 싣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해상에 적재 중인 이란산 원유는 총 1억2200만 배럴에 이른다.
중동산 원유의 지표인 두바이유의 스폿 가격(Dubai Crude Spot Price)은 23일 기준으로 1배럴당 70달러선이다. 이를 대입하면 현재 이란이 추가로 원유 생산을 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판매 대금이 85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른다. 전쟁 기간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이란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저장시설이 포화해 일부 유정(油井)이 폐쇄됐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으나, 유조선에 적재된 것만 팔아도 이란 경제 재건에는 큰 동력이 된다는 결론이다.
원유 수출길이 열리자 이란은 석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4일 이란국영석유회사(NIOC) 관계자와 중개상들이 제재 유예가 공식 승인되기 전부터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정유업체들과 접촉하며 ‘세일즈’에 박차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단기 거래뿐 아니라 장기 공급 계약도 타진하고 있다. 향후 원유 생산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해 원유 수출량은 하루 166만배럴이었다. 전문가들은 종전 협상 일부 이행의 대가로 원유 수출이 재개된 이상, 1990~2000년대의 200만배럴 수준까지 늘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 수출은 이란 경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간 사업이다. 이를 협상 시작과 동시에 풀어준 것을 두고 너무 일찍 당근부터 내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받기로 동의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 데에 ‘상응하는 조치’로 제재를 60일간 유예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태넌바움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2015년 이란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체결됐을 때 제재 완화가 즉시 제공된 게 아니”라며 “IAEA가 핵 관련 의무 이행을 확인한 지 6개월 뒤인 ‘이행의 날’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합의 이행을 충분히 검증한 다음에 보상을 줬어야 하는데, 합의 초반부터 보상을 내주면서 협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잃었다는 것이다.
제재 유예 이후 이란 측 말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핵 협상 과정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핵 시설에 대한 사찰 재개 여부에 대해 “향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스위스에서 진행된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한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운 의무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대해서도 오만을 결국 포섭해, 본협상이 진행되는 60일 이후부터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양국은 23일 공동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통항 관리, 이와 관련해 제공될 서비스 및 국제 기준에 따른 관련 비용 청구 문제에 합의하기 위해 양국 외무부 산하 공동 실무 그룹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협상 초반 제재 유예를 얻어내고, 해협 개방 등에 대해서는 어깃장을 놓는 행보가 이어지자 루비오 장관은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경고를 날렸다. 걸프 지역을 순방중인 루비오 장관은 23일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해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그게 현행 국제법”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 지역(걸프 지역)에서 우리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지역의 모든 국가가 우리와 뜻을 같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란뿐 아니라 여기에 동조하는 오만에도 미국과 걸프국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