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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광산소방서]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여성 소방관 사건과 관련해 정부 합동 조사 결과 조직 전반에 만연한 갑질과 부실 대응이 확인됐다. 유가족의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이어진 정황도 드러났다.
24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숨진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 소방교(당시 28세)는 사망 전 약 15개월 동안 모두 24차례에 걸쳐 음주 회식에 참석하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회식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으며, 술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부적절한 요구가 반복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소방교는 업무 외에도 상사의 개인적인 심부름에 동원됐다.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에서 상차림을 준비하거나 주말 퇴임식 행사 지원, 상사 차량 운전 등을 맡았고, 휴가를 다녀올 때 술이나 커피를 사오라는 요구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조사 결과 이 같은 부당 행위는 A 소방교가 숨진 이후에도 이어졌다. 광주소방본부는 면직 관련 공문서에 사망 원인을 마치 약혼자와의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권한 없이 A 소방교의 심리상담 자료를 확보한 뒤 일부 내용만 발췌해 활용했고, 해당 자료가 첨부된 공문서는 대국민 공개 상태로 15개 유관 부서에 발송돼 외부에도 노출됐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조사 요청에도 별도의 진상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A 소방교의 사망에 대해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자체 조사에서는 갑질 의혹을 받은 부서장이 직접 실무조사를 담당하는 등 조사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 기관인 광주소방본부 역시 사건 발생 직후 익명 제보 시스템인 ‘레드휘슬’을 통해 접수된 조사 요청을 형식적으로 처리했고, 이후 약혼자가 추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하겠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소방청 역시 유가족이 직접 방문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약 5개월 동안 별도의 감찰 착수를 검토하지 않았으며, 국무조정실 점검이 시작된 이달 11일까지도 관련자 대면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창석 소방노조 전국위원장은 “소방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상후하박(상급자에게는 후하고 하급자에게는 박한)’ 문화가 빚어낸 사건”이라며 “상급자 중심의 권위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고 문제 제기조차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이나 존엄은 지키지 못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낱낱이 밝혀진 진상을 토대로 책임자·가담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받아 이러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를 소방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미 퇴직한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아울러 점검 과정에서 광산소방서의 사행 행위 등 추가적인 위법 정황도 확인됨에 따라 해당 사안 역시 별도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문화와 내부 감찰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될 경우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독립적인 조사 체계를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