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 범죄 강력 대응 돌입…현장선 “상담 업무 급증” 볼멘소리

전건접수·즉일 조사 원칙 도입 이후
적극 개입 방침…일선경찰 역할 무게
사건 조사·상담 길게는 10시간 이상
심리상담 영역까지 전담…지원책 부족


경찰청이 스토킹 범죄를 비롯해 이른바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시행하자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의 역할이 커졌지만, 현장에서는 “전문 교육과 보상 없이 업무 부담만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자 보호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5일부터 ‘스토킹범죄 대응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전건 접수’와 ‘즉일 조사 원칙’이다.

지난 2023년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됐는데, 출동한 현장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진술을 거부하면 사건 접수가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관계성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단 취지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즉시 접수하고 신속하게 보호 조치를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전건 접수·즉일 조사 원칙화=이번 경찰청 지침에는 스토킹 같은 관계성 범죄 신고가 들어왔을 때 출동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코드0(최고 단계 긴급 신고)’과 ‘코드1(스토킹 신고 등)’ 모두 관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직접 현장에 출동했다.

앞으로 여청수사팀은 사안이 심각한 코드0 중심으로만 대응하고, 코드1 신고는 지역경찰이 현장 대응을 맡기로 했다. 다만 코드1 출동도 필요시 여청수사팀의 유선 코칭이나 지원을 받도록 했다.

일선 경찰서 여청수사팀은 관계성 범죄로 일컫는 스토킹, 가정폭력, 교제폭력, 아동학대 등을 담당한다. 당직 근무 인원은 3~5명 수준이다. 사건이 접수되면 사건 관계인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까지 처리하면 한 건에 3시간 이상 소요된다. 사건이 몰리면 당직팀이 받는 업무 부담은 크다.

실제 관계성 범죄 신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21년 31만6542건에서 2025년 47만5617건으로 4년 새 약 16만건 증가했다. 특히 스토킹 신고는 같은 기간 1만4509건에서 4만466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관계성 범죄 전반의 증가가 대응 체계 개편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상담은 몇 시간씩…전문성·보상은 숙제”=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경찰관 입장에선 업무 부담이 늘었다. 관계성 범죄에 대한 일선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한데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파출소 소속 경찰은 “초동 대응자는 위험 요소를 제거한 뒤 신고에 이르게 된 사정을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질문만 하면 피해자가 거기에 갇혀 답할 수 있어 종합적으로 청취하다 보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 경찰들에 따르면 보호시설 연계까지 포함할 경우 한 건 처리에 수 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출동 수당 외에 별도의 상담 수당은 없다. 한 경찰관은 “관계성 범죄 한 건을 처리하는 시간이 일반 신고 여러 건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길 수 있지만 별도 보상 체계는 없다”며 “상담 업무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일부 경찰관들은 “범죄 대응과 별개로 전문적인 심리 상담 영역까지 현장 경찰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자격 체계나 충분한 교육 없이 업무만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경찰청은 “모든 판단을 여청수사팀에 의존하면 지역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지역 경찰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을 요청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전국 시·도청 단위 교육과 현장 의견 수렴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역 경찰은 스토킹 전담 경찰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웠다”며 “현장 대응 강화를 위해 상담 자체보다 피해자 보호조치와 전문 기관 연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례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주원·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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