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는 장마 대비, 경찰도 피로감…출구없는 올림픽공원

‘투표지’ 집회 측 “재선거까지 지속”
텐트 치고 숙식 해결…장기전 돌입
경찰 “주권 행사 보호” 신중한 대응
폭염·조롱…정신·육체적 한계 호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3주를 꽉 채운 올림픽공원 집회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불법 행위 외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집회 측에선 다가오는 장마를 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관들의 심리·신체적 피로는 한계 수준이지만 집회의 끝은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회 측 “수개월 장기전 준비할 것”=24일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약 300명의 집회 참가자가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 같은 구호를 외쳤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시작한 집회는 어느덧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경기장 내부에 보관된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의 투표함 반출을 막으며 재선거와 투표 방식 변경 등을 주장하고 있다.

곳곳에는 생활의 흔적도 포착됐다. 핸드볼경기장 2-5 출입문 앞에는 집회 현장에서 밤을 새우는 참가자들이 생활하는 모기장과 텐트 8개 동이 설치됐다. 숙식을 해결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한 집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21) 씨는 “야간에 일하고 낮에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온다”며 “언제 강제 해산될지 몰라 무섭긴 한데 다들 수개월 장기전은 마음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평일에는 매일 나오고 있는 장모(34) 씨는 “재선거할 때까지 출입문 앞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며 “주말에 일을 하러 가야 할 때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대타를 꼭 구하고 떠난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에 사는 이모(44) 씨는 “우성아파트에 모일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오고 있다”며 “목표는 재선거다. 재선거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에서 온 김모(55) 씨는 “장마가 시작되면 천막 같은 걸 준비해서라도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지만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도하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내부 조율 기능이 부재하다. 지난 17일 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이 경기장 출입을 요청할 때도 집회 참가자들은 ▷협조해야 한다는 협조 입장 ▷유튜버들이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부 입장 ▷절대 안 된다는 반대 입장 등으로 나뉘었다. 현장을 찾은 야당 의원들이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단 한 사람의 시민이 출입문을 가로막으며 경기장 진입이 무산됐다.

▶툭하면 ‘공안’ 조롱…경찰 피로감 커져=장기화한 집회에 현장 근무 경찰들은 신체·정신적 피로가 한계에 달한 상태다. 현장 기동대 소속 A경감은 “3시간씩 서있다 보면 굉장히 덥지만 복면, 마스크, 선글라스 등 착용이 제한된 적도 있다”며 “이에 경찰 내부망에 불만이 쇄도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회 측에서 대뜸 공안이라고 자꾸 그러니깐 기분 나쁜 일을 겪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현장 경찰관은 “다른 것보다도 경찰이 집회 측에 너무 저자세인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우리가 교대 투입할 때 경로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 해서 크게 우회해서 투입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경찰청 차원에서 현장 경찰관 지원 대책은 내놓고 있지만, 집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참정권 침해에 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표현하는 정당한 주권 행사는 최대한 존중하고 보호할 방침”이라며 “국민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해산은) 여러 상황과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과 긴급 심리상담 지원을 하고 있다. 이날까지 16명의 경찰관이 긴급 심리상담을 받았다. 이영기·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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