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학생들도 ‘반도체 고시’

‘삼전·닉스’ 취업 연계 마이스터고
상위권 학생들 몰리며 경쟁률 상승
일반고 진학→대입 준비 이젠 옛말
반도체 관련과 합격선, 서울대 추월


“예전에는 무조건 일반고에 진학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반도체 분야라면 일찍부터 현장 기술을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45)씨는 최근 반도체 특성화고 진학을 알아보고 있다. 선(先)취업을 목표로 학생들이 선택하던 직업계고가 최근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용문’으로 인식되면서다.

반도체 산업 호황이 대학 입시를 넘어 중학교 졸업생들의 고입 선택까지 바꾸고 있다.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가 특성화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반도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경쟁률이 상승하고 수도권에서도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학교 신설·전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기존 일반고 중심의 진학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삼전·닉스 취업 보장”…반도체고 경쟁률 고공행진=반도체 특성화고 열기는 최근 고입 경쟁률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SK하이닉스와 산학·인적 교류 협약을 맺은 경북 경주의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1.67대 1로 전년도(0.88대 1)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충북반도체고 역시 올해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2.26대 1로 전년도 경쟁률(1.51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내신 합격선 역시 400점 만점 기준 360점 수준으로 분석돼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지난해 졸업생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 취업자 19명을 배출했다. 이런 성과가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최근 열린 입시설명회에도 학부모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 관계자는 “과거에는 취업 가능성을 중심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전망과 기업 채용 과정, 졸업 이후 진로 경로를 구체적으로 묻는 학부모가 늘었다”며 “성적 우수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 산업수요와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현재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학교는 총 59개교이며 여기에 최근 6개교가 추가됐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10개교 이상의 마이스터고 신규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학력 기준을 폐지한 것 역시 반도체 마이스터고 인기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지원 자격에서 학력 기준을 없애고 직무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전문대나 고졸 출신 직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입·고입 모두 ‘반도체 쏠림’…의대 대신 반도체 계약학과=반도체 산업 중심지가 형성되는 수도권에서는 관련 학교 확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휘경공업고가 내년 3월 서울 최초 반도체 특성화고인 서울반도체고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는 경기도 용인에서도 용인반도체고가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반도체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10번 이상 이어지고 있다”며 “주로 지원할 수 있는 성적대와 기업 취업 연계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대학 입시에서도 확인된다. 대기업과 연계된 주요 반도체 계약학과는 높은 취업 안정성과 장학 혜택을 바탕으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지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계 반도체 계약학과 5곳의 2026학년도 정시 합격선(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평균 70% 기준)은 평균 96.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약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자연계 일반학과 평균 합격선(95.8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서울권 의대 합격선(98.8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방권 의대 평균 합격선(97.2점)과는 1점 차이에 불과했다.

대학별로는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98점으로 가장 높았고 ▷고려대 반도체공학과(97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96점)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95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95점) 순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계약학과 선호도와 합격선이 함께 상승하고 있다”며 “의대 적성보다 산업 전망과 취업 안정성을 고려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수험생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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