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원이 말하자 AI 안경에 한국어 자막이 떴다

AI기업 아이플라이텍 전시관 가보니
가상 아나운서, 유창한 한국어로 손님맞이
1999년 USTC연구실서 창업, AI ‘국대’ 위상
AI 안경가격 93만원…전문용어 전달엔 한계
교육현장 스마트칠판·러닝패드로 무대확장


아이플라이텍 전시관에 비치된 AI 번역 안경. 정목희 기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아이플라이텍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인공지능(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 전시관에 들어서자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 아나운서가 유창한 한국어로 취재진을 맞았다. 중국의 풍경을 뒤로 하고 유려한 한국어를 구사하던 그의 정체는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학습한 AI 아나운서였다.

중국어,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바뀌어도 입 모양이 자연스러웠고 표정 변화도 어색하지 않았다. 중국이 AI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999년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연구실에서 출발한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AI 번역 안경, 스마트 칠판, 교육용 학습기, 산업용 음향 진단기까지 선보이며 AI를 생활과 산업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AI 국가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아이플라이텍 직원이 휴대폰을 활용, 실시간 통·번역기를 소개하는 모습. 정목희 기자


가장 먼저 살펴본 아이플라이텍의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이었다. 카메라와 다중 마이크를 활용해 말하는 사람을 식별한 뒤 음성을 문자로 변환(STT)하고 AI 번역을 거쳐 자막 또는 음성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발표자가 중국어로 말하자 화면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 자막이 거의 동시에 생성됐다. 회의실이나 국제 행사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주변 소음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으며, 보안이 중요한 기관을 위해 인터넷 연결 없이 로컬 서버에서 구동하는 방식도 지원한다.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은 AI 번역 안경이었다. 안경을 착용한 채 중국 직원과 대화를 나누자 렌즈 왼쪽 상단에 한국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안경다리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번역 음성을 바로 들을 수도 있다.

다만 번역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는듯 했다. 기자가 직접 착용해보니 직원이 제품 사양과 기능을 설명하는 동안 화면에는 실제 발언 내용과 다른 한국어 문장이 표시되기도 했다. 실시간 번역이 이뤄진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복잡한 설명이나 전문 용어가 포함된 대화에서는 의미 전달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언어 인터랙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사진 촬영과 영상 녹화 기능을 지원하며, 도수가 있는 렌즈로도 제작할 수 있다. 가격은 약 4200위안(약 93만원)이다.

아이플라이텍의 가정용 학습기인 ‘러닝패드’는 문제와 학생이 써낸 답안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채점 된다. 정목희 기자


아이플라이텍은 교육 현장에도 AI를 적용했다. 스마트 칠판은 교사의 필기 습관을 학습해 다양한 학습 교재로 이를 확장했다. 교사가 칠판에 필기를 하면 그 내용이 즉시 디지털 콘텐츠로 바뀌고 관련 영상 자료와 3차원(3D) 교육 자료가 자동으로 연동된다. 현재 중국 내 6만개 이상의 학교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 가정용 학습기인 ‘러닝패드’는 문제와 학생의 답안을 촬영하면 자동 채점은 물론 학생의 풀이과정을 토대로 강점과 약점을 진단해준다. 학생의 자세와 집중도까지 분석해 학습 습관 개선을 돕는다.

산업 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AI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아이플라이텍의 AI 시스템 ‘스파크(Spark)’는 운전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한다. 회사측은 현대차·기아차와 음성 인터랙션 기술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 현장용 음향 감지기도 공개했다. 수십 개 마이크가 설비 소리를 분석해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까지 감지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한 위치를 화면에 표시한다. 이를 활용하면 설비 고장을 사전에 발견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아이플라이텍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신페이(Xinghuo·Spark)’도 소개했다. 이를 PPT 자동 생성 기능에 활용하면 LLM이 알아서 발표 자료를 만들어준다. 사용자가 입력한 주제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부터 개요를 짜는 것, 디자인 틀에 맞춰 발표자료를 생성하는 것까지 AI로 일괄 해결할 수 있다.

청천 AI 번역 부문 총경리는 “중국어와 영어 번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웨이 AI 칩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체 LLM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AI칩을 활용한 자체 LLM을 개발했다는 것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상황에 대응해 중국 기업들이 자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다. 그는 이어 “데이터가 부족한 비주류 언어의 번역 품질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AI 적용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허페이=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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