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취했던 그들의 간절한 외침 “숨지 않고 치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 [세상&]

UN 제정 ‘마약퇴치의 날’
국회서 ‘중독회복포럼’ 개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독회복포럼’에서 마약 중독 당사자들이 ‘회복자 선서’를 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우리는 고립을 거부하고 연대의 디딤돌이 되겠다” “성실한 노동과 속죄로 사회에 기여하겠다” “숨지 않고 치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

지난 26일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모인 마약류 중독 당사자들은 이같은 회복자 선서를 외치며 회복과 사회 복귀 의지를 다졌다. 회복에 성공한 이들과 회복 중인 이들이 한데 모여 자조와 위로, 격려의 시간을 공유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는 이날 중독회복연대가 주최한 ‘중독회복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는 마약 중독 회복자의 회복 과정을 공유하고, 제도적 회복 과정에 대한 정책적 제안 등이 논의됐다.

포럼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윤현준 중독회복연대 대표, 이동욱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마약 중독에서 회복한 이들이 나서 마약 중독 과정에서 겪은 정책적 미비에 대해 지적했다. 일명 ‘박카스 박’으로 불리는 박세혁 마약퇴치운동본부 회복지원가는 “저는 약물 중독 20년, 마약 전과 7범, 교도소에서만 13년 이상을 보낸 사람이다”며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치료와 회복을 위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마약중독자에 대한 교정 과정을 지적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독회복포럼’에서 마약 중독 회복자들이 회복 과정의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이어 “마약류관리법 제2조의 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마약 남용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 보호와 사회복지 촉진을 위한 조치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법률로 명확하게 적힌 그 책임을 단 한 번도 체감해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지원가는 “법은 우리를 보호하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법률로 이미 정해놓은 것이 실제로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마약 중독)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함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반승영 예수동행운동 소속 활동가는 “교도소에 갔을 때는 정책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 마약 교육 또는 마약사범들을 위한 치료 감호소 등 체계적인 재활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방치됐다”고 회상했다.

반 활동가는 “회복이 절실하니 이동욱 중독당사자지원센터 사무국장 등 외부에 도움을 청했다”며 “회복 관련 책을 어렵게 전달받아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도소 안에서는 한 치 앞이 깜깜하다. ‘회복이 안 되는구나’라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교도소에서 거창한 교육은 못 하더라도, 회복 당사자들이 와서 경험담을 공유하고 자조 모임만 운영해도 마약 중독자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교정을 책임지는 법무부도 회복을 위한 교정 과정을 소개했다. 이승룡 법무부 교정본부 마약사범재활팀 교정관은 이날 “교정시설 마약류 입소자는 최근 6년간 2배 증가했다”며 “전체 수용자 6만3000여명 가운데 약 12%의 수용자가 마약류 입소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교정본부의 중독 재활 전담 부서인 마약 산업 개발팀이 2023년 6월에 신설됐다”며 “교정 시설에서 운영하는 마약류 재활 정책 개발과 이에 대한 교육 환경 조성 등 인프라 구축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정관은 “마약류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각종 심리 검사를 통해 중독 정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재활을 분류해 수행하고 있다”며 “또 중독 심리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교도관과 외부 강사가 집단 프로그램, 개인 상담, 사회 재활 연계 지원 등 재활을 위한 맞춤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정본부의 마약류 재활 과정도 확대되고 있다. 이 교정관은 “중독 재활 정책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에는 화성, 부산, 청주여자 교도소 등에 마약사범 재활과가 신설됐다”며 “내년에도 전담 부서와 인력이 추가로 설치되면 교정 현장에서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독회복포럼’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이날 포럼에서 의사 출신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대 마약 치료 병동인 국립부곡병원이 오는 8월부터 의사가 없어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환경에서도 중독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중독은 의학적으로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치료의 첫 번째 길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조적인 문제로 중독자들이 회복하지 못하는지 짚어주면, 입법과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현준 중독회복연대 상임대표는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처벌 중심 정책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기에 이번 제3회 포럼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편견을 깨기 위한 정면 도전의 장이다. 중독자라는 사회적 낙인과 사법적 낙인의 굴레를 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 모두 나서서 회복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책 전환으로 중독회복자들의 회복 생태계가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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