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수수료·납품단가 공동협상 가능
소기업 통지·중기업 신고로 담합면제
소비자피해땐 금지명령, B2C는 제외
정당한 노조활동, 공정거래법 미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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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기업을 상대로 가격과 거래조건 등을 공동으로 협상하거나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제도가 개편된다.
경제적 약자인 ‘을’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단체협상과 공동행동을 폭넓게 허용하되, 소비자 피해나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금지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국무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달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담합 규정 위반 우려 없이 단체협상과 단체행동을 통해 대기업 등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편안은 기업 규모에 따라 통지제와 신고제로 구분해 운영된다. 협상 참가자가 모두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인 경우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심사 없이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한다.
대상은 업종별 매출액 기준이 15억~140억원 이하이고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하인 소기업으로, 국내 사업자의 98.2%인 약 816만개 사업자다. 협상 참가자와 상대방, 행위 내용을 특정해 공정위에 통지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며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단체협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인 대기업과 모든 중견기업을 상대로 할 수 있다.
협상 참가자에 중기업이 포함된 경우에는 공정위 신고를 거쳐 단체협상이 허용된다. 대상은 업종별 매출액 기준이 15억~1800억원인 중기업으로, 국내 사업자의 1.6%인 약 13만개 사업자다. 소기업보다 시장 영향력이 큰 점을 고려해 참가 사업자의 연 매출(매입)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적고 각 참가 사업자의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인 경우에만 신고할 수 있다.
공정위가 형식적 요건을 확인해 신고를 수리하면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며 효력은 3년간 유지된다. 협상 상대는 대기업과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대형 중견기업으로,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이다.
협상력 강화에 필요한 경우 협상 과정에서 이뤄지는 가격·거래조건·거래량·거래지역 등에 관한 합의와 정보교환은 물론 공동 납품거부 등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입찰담합은 협상에 필요한 행위로 보기 어려워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이콧 등으로 소비자 피해 등 중대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임시중지명령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적용 대상은 기업 간 거래(B2B)로 한정되며 소비자를 상대로 한 B2C 거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수수료나 거래조건 등을 공동 협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가격을 공동 결정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소기업·소상공인의 단체협상은 소비자 이익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 중기업이 포함된 단체협상은 소비자 이익 침해와 경쟁 제한 우려가 상당한 경우에 한해 각각 향후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이미 이뤄진 협상은 제재하지 않고 장래 행위만 제한해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호주는 소기업의 경우 통지만 하면 면책하고 소기업보다 큰 사업자는 신고를 거치는 유사 제도를 10여년 운영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호주 경쟁당국도 제도 운영 효과가 상당하고 부작용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배달앱 입점 상인들이 수수료와 정산주기 등을 공동 협상하고, 하도급 업체들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공동 대응하는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그동안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사업자적 성격을 띠고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치해온 법 집행 체계를 개편한다.
설립신고됐거나 법원 판결 및 노동위원회 결정 등으로 지위를 인정받은 노동조합·소속 노동자와 보험설계사·택배기사·화물차주 등 노무제공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동 3권의 실질적인 보장과 화물연대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법원 판례를 반영,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은 실질심사 없이 공정거래법상 조사·제재를 면제하도록 법체계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다만 노동조합 등이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의 피해 대상이 될 경우에는 현행처럼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양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