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도 ‘바이오’ 전환 속도…“에탄올 기반 SAF 공급망 필요”

주한미국대사관·한국바이오연료포럼 등 공동 개최
SAF 의무혼합 앞두고 전문가 한자리에
항공·해운 탄소규제 대응 분주
“폐식용유만으론 한계”
“ATJ가 현실적 대안”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컨퍼런스’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편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혼합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바이오연료를 활용한 SAF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폐식용유 등 기존 원료만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에탄올 기반 ATJ 기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ATJ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생산한 에탄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주한미국대사관과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행사에는 정부, 정유사, 항공사, 정부 연구기관, 바이오연료 업계 관계자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중동 지역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열렸다. 한국 정부가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의무혼합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SAF 생산 기술과 원료 조달, 공급망 구축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켈리 스탱 주한미국대사관 농무공사참사관은 개회사에서 “바이오연료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도 경제적·환경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역시 에탄올 연료 도입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바이오연료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권 한국바이오연료포럼 회장은 “바이오연료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한국도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바이오연료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리 시퍼러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부사장은 “현재 한국은 지속가능연료 도입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만큼, 성숙한 공급망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바이오연료 생산 역량을 갖춘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SAF 공급 확대를 위해 원료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SAF 시장에서는 폐식용유 등 지질계 원료를 활용한 HEFA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원료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에머슨 워헨버그 S&P 글로벌 컨설팅 디렉터는 “현재 SAF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식용유 등 지질계 원료는 공급에 한계가 있지만, 에탄올은 안정적으로 SAF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로 평가받고 있다”며 “ATJ(알코올-항공유 전환) 기반 SAF는 항공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동시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연료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높은 가격과 부족한 공급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꼽혔다. SAF는 항공 부문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고 정책 지원 의존도도 높다.

김주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료공급망 담당 매니저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정책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SAF 시장은 경쟁적인 가격 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항공사들은 SAF 구매 과정에서 높은 가격 프리미엄과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업계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활용한 ATJ 등 다양한 생산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해 SAF 공급을 확대하고, 보다 성숙한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 분야에서도 저탄소 연료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콰임 초두리 미국선급협회(ABS) 수석 엔지니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 따라 선박연료의 탈탄소화는 필수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업계는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저탄소 액체연료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바이오에탄올 추진 선박도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미국산 옥수수 기반 에탄올을 활용한 ATJ SAF가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파르자드 타헤리푸르 미국 퍼듀대학교 농업경제학 교수는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항공 탄소상쇄 및 감축제도(CORSI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석유 항공유보다 최소 10% 이상 낮은 탄소집약도가 필요하며, 최근 평가 결과 미국산 옥수수 기반 ATJ SAF는 이를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생산공정 개선과 탄소포집(CCUS), 재생에너지 활용 등이 더해질 경우 에탄올 기반 SAF의 탄소집약도는 더욱 낮아지고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바이오연료 도입 사례도 소개됐다. 모리야마 료 일본응용에너지연구소(IAE) 박사는 “일본은 전동화만으로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도로용 바이오에탄올 연료와 SAF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에 따라 E10, E20 연료 보급을 준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항공유의 10%를 SAF로 공급하기 위한 투자 및 세제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의 대응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청정에너지연구소장은 “탄소 배출 관련 국제 규제가 한국의 항공·해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바이오연료 정책과 시장 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국제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로·항공·해운을 아우르는 통합 바이오연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에탄올 기반 SAF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HEFA 중심의 기존 SAF 생산 방식만으로는 원료 공급 제약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ATJ 기술 기반의 생산과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