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카드론 금리만 올랐다…포용금융·총량규제가 만든 ‘금리 역전’

카드론 금리 ‘디커플링’…정부 포용금융 기조에 영업전략 변화
가계대출 규제 ‘인센티브’…이달 중금리 생활안정자금 상품 출시


서울 명동 골목에 카드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카드론 시장에서 이례적인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저신용자에게 적용되는 카드론 금리는 낮아진 반면, 고신용자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 기조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리면서 카드사들의 대출 전략이 달라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5월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3.54%로 전월(13.57%)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등급별로는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 구간의 평균 금리는 연 17.18%에서 17.09%로 0.09%포인트 내렸다. 반면 900점을 초과하는 고신용자 구간은 연 10.52%에서 10.99%로 0.47%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일부 카드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카드의 경우 900점 초과 고신용자 평균금리는 연 12.86%에서 14.86%로 2.0%포인트 뛰었다. 반면 700점 이하 저신용자 금리는 연 17.54%에서 17.49%로 소폭 하락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BC카드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통상 카드론 금리는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과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저신용자 금리는 오히려 낮아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대표 금리인 금융채Ⅱ(금융기관채·무보증·AA+·만기 3년·5개 평가사 평균)는 올해 1월 3.3%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5월 말에는 4.2%를 넘어섰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 발행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조달금리 상승은 통상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카드론 금리에 반영된다.

그럼에도 저신용자 금리가 낮아진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금융지원 확대 정책이 꼽힌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리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에 발맞춰 중금리대출 취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중금리대출 실적의 최대 80%를 가계대출 총량 규제 산정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카드업계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카드사들의 영업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선제적 관리 강화를 주문했으며, 카드사들은 일일·주간·월간 단위로 대출 동향을 보고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정책적 지원과 규제 인센티브가 있는 반면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을 공격적으로 늘릴 경우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최근에는 고신용자 마케팅을 다소 줄이고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권에서 먼저 출시된 민간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이 이달 중 카드업계에도 도입될 예정이며,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성 보증 상품인 사잇돌대출도 오는 10월부터 여신전문금융업권에서 취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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