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74야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19위)
4억6468만6379원 김효주 프로 첫해 상금(4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왕에 최저타수상, 톱10 피니시율 1위, 상금랭킹 4위. 평범한 루키였다면 만점짜리 데뷔였다며 백마디 칭찬이 아깝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 이름 석자였기에 2%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 김효주(18ㆍ롯데).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국내외 프로대회 4승을 몰아친 그를, 사람들은 박세리ㆍ신지애의 뒤를 이을 ‘천재골퍼’라 불렀다. 투어 데뷔 첫 해인 올시즌, 속된 말로 ‘프로 무대를 씹어먹을 괴물 루키’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며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21개 대회서 1승에 만족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김효주는 “100점 만점에 55점짜리 데뷔해였지만, 뭐, 내년에 더 잘하면 되죠” 하며 씩 웃어 보였다. 열여덟 나이답지 않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냉정했고, 또 매우 쿨했다.
▶“100점 만점에 50점만 주려다가…”=신지애는 프로 데뷔를 앞둔 김효주에게 “내 시즌 최다승 기록(2007년 9승)만 깨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올해 목표는 이름값에 비해 소박했다. 신인왕과 최저타수상. 족집게처럼 두 개의 타이틀을 거머쥐긴 했는데 아쉬움은 남는다. 김효주는 “100점 만점에 50점만 주려고 했는데 목표한 건 이뤘잖아요. 그래서 5점 더 줬어요”라며 웃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시즌 처음으로 돌아가면 안돼요?” 라며 웃더니 “여름 휴식기“라고 답했다. “한 달 간 연습라운딩을 많이 다녔어요. 프로 첫 해라 생소한 코스를 미리 접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실수였던 것같아요. 라운드 대신 연습에만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되고. 하반기에 샷이 많이 흔들려서 트러블샷만 엄청 한 느낌이에요.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들어간 적도 별로 없는 것같고. 그런데 제가 톱10 피니시율 1위(66.67%)라고 해서 정말 신기했어요, 하하.” 그러나 그는 덕분에 정말 중요한 걸 배웠다고 했다. “우승은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하잖아요. 많이 배우라고 안주신 것같아요. 세 번 준우승한 대회에서 다 우승했더라면 자만에 빠졌을 거에요. 리듬이 있는 것같아요. 작년에 정말 잘했고 올해는 잘 안됐고. 그러니까 내년엔 또 잘 칠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4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도 모르겠는 삶의 이치를 앳된 10대에게 들으며 연방 고개를 주억거렸다.
▶“절친 동생 리디아 고, 미국서 붙으면 재미있을 것”=여섯살 때 태권도를 배우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스포츠센터라는 곳에 갔다. 수영 골프 볼링 등 이 많은 운동 중 하나만 골라보라는 말에 주저없이 골프를 택했다. 이유는 없었지만 그저 공놀이가 좋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과 축구경기를 했다는 그는 골프 선수를 안했더라면 여자축구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초등학교 4년때 처음 전국대회에 나간 후 2년 만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아마추어 대회 15승을 휩쓸며 일찌감치 천재 소리를 들었다.
최근 프로 전향해 화제가 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 이야기를 꺼냈다. 김효주는 리디아 고와 아마 시절 수많은 대회서 맞붙으며 절친한 언니 동생이자 라이벌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식 듣자마자 바로 전화했죠. 왜 언니한테 얘기 안했냐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막 얘기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연락도 자주 하고 굉장히 친한 사이거든요.” 김효주와 리디아 고는 지난 4월 LPGA 롯데챔피언십에서 동반플레이했다. 성적도 나란히 공동 9위였다. “같이 라운드할 때요? 수다 많이 떨죠. 주로 연예인 얘기! (웃음) 학교 얘기도 하고 어느 대회에 나갈지도 서로 묻고. 리디아랑 붙으면 정말 색다르고 재미있을 것같아요. 예전엔 서로 국가 이름을 새기고 만났다가 이제 모자에 스폰서 달고 나가잖아요.”
▶“내년엔 올해보다 나은 80점이 목표”=내년 3월엔 고려대에 입학한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학생 신분이지만 막상 또 하고 싶은 건 없단다. 눈에 띌듯 말듯한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싶은 게 유일한 대학생 기분내기다. 내년엔 LPGA 투어 대회도 올해보다 많은 4~5개 정도 출전할 생각이다. 한국에서 좀더 실력을 채우고 미국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올해 동계훈련은 정말 이 악물고 해야죠.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훈련이 필요해요. 옛날엔 똑같은 방법으로 많은 양을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1년 해보니 솔직히 치는 건 다 비슷비슷해요. 누가 더 디테일하게 코스를 알고 공략하느냐에서 갈리더라고요. 1년 후엔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는 게 목표에요.”
김효주는 올 하반기 드라이버샷이 흔들려 불안하다고 털어 놓았을 때 전담캐디인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가 한 말을 아직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죽는 게 아니라면 두려워 하지 마라.” 두려움 없이 진격할 ‘무서운 10대’ 김효주가 내년에 어떤 기분좋은 ‘사고’를 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